[취재수첩] 불안한 '디자인 강국'
“지난해 중국 광저우 켄터페어 전시회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작년 IDEA(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가 주관하는 디자인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은 ‘볼케이노’ 가습기의 디자인 콘셉트를 실제 제품으로 똑같이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더라고요.”(염일수 코웨이 디자인센터장)

“2년마다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아디자인공모전을 여는데, 학생들의 열정과 디자인 실력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윤선호 기아자동차 디자인센터 부사장)

지난 25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한·중 디자인포럼’에서 미래 디자인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코웨이와 기아차의 강연 내용이다. 두 회사가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미래에는 어떤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지가 주제였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려 있었다. 중국 기업들과 디자이너들의 실력이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지난해 처음 시작한 한·중 디자인포럼은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를 계기로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소상품 전시회로 손꼽히는 ‘이우국제소상품박람회’에 ‘K-디자인’ 부스도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해 열린 한·중 디자인포럼에 셩 치오핑 이우시장이 직접 찾아와 “이우시와 손잡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덕분에 중국 판로를 찾던 9개 국내 중소기업들이 박람회에 제품을 선보이고 대량 주문을 받는 등 수출의 물꼬를 텄다. 이우시의 액세서리산업협회, 문화용품산업협회가 한국디자인진흥원중국사무소와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한국 기업들엔 기회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든 디자인 제품들을 중국 시장에서 많이 파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불안해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만 봐도 ‘디자인 카피’ 논란 속에서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코앞의 시장 확대만을 생각하다가 한국의 디자인 노하우와 인재가 중국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중국보다 ‘디자인 강국’ 대우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이 어느 한순간 뒤집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민지혜 창저우(중국)/중소기업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