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영업익으로 이자 지급도 어려워
"정부 부채에 포함 관리…단계적 민영화를"
사단법인 시대정신과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공기업 개혁, 이렇게 하자’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요 공기업의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은 2002년 73%에서 2012년 214%로 폭증했지만 정부 소유에서 민간 소유로 바뀐 민간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05%에서 61%로 44%포인트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산규모가 크고 공공성이 높은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수자원공사 코레일 LH를 7대 주요 공기업으로, 주요 민영화 기업은 자산규모와 독과점 성격 등을 고려해 포스코 두산중공업 대한송유관공사 KT KT&G 미래엔(옛 국정교과서) 남해화학을 선정했다.
7대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노무현 정부(2003~2007년)에선 42%포인트, 이명박 정부(2008~2012년)에선 99%포인트 올라 10년 새 141%포인트나 급증했다.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투기등급을 나타내는 150%를 훌쩍 넘어 200% 이상이 된 것이다.
반면 민영화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7년 5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60% 안팎을 오가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민영화 확대가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공기업은 국내 대기업에 비해서도 재무구조가 크게 나빴다. 정부가 정한 부채 중점관리 10대 공기업(7대 공기업에 대한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추가)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지난해 81.7%로 국내 대기업(제조업 기준) 675%의 8분의 1 수준이었다. 통상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지급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해외 투자 손실로 대규모 적자가 난 광물자원공사의 이자보상비율은 -90.9%였고, 한전과 코레일도 각각 63.8%와 -5.74%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재무제표와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기관장의 연봉은 꾸준히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혁철 자유기업센터장은 “인천항만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4년 동안 기관장의 연봉이 두 배 이상 오르고,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D 등급을 받은 한국서부발전의 기관장 연봉은 95% 상승했다”며 “주무 부처 장관보다 3배 가까이 더 받는 이들의 방만 경영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공기업이 정부의 경기부양이나 물가안정 정책에 자주 동원돼 단기간에 부채비율이 나빠졌다는 것.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포함된 ‘정부 권장 정책’ 평가 항목을 수정하는 등 경영평가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기업 부채를 정부 부채에 포함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부실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