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50위 내 들어야  내년 KLPGA대회  출전권…1억 벌고도 시드 놓칠 판…막판 생존 경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앞으로 남은 총상금 5억원짜리 3개 대회가 끝나고 상금랭킹 상위 50위 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시드전을 치러야 한다. 1타만 잘못 쳐도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한 선수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기간이 될 전망이다.

◆상금랭킹 상위 50위까지 시드 부여

KLPGA투어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상금랭킹 51위인 안송이(24·KB금융그룹)의 기록을 보자. 안송이는 올 시즌 24개 대회에 출전해 18개 대회에서 커트를 통과하고 793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톱10’에 한 차례 진입하고 ‘톱20’에는 다섯 차례나 들었다.

현재 8211만원으로 상금랭킹 50위인 최혜정(30·볼빅)과의 상금 차이는 281만원. 남은 3개 대회에서 톱10에 최소한 한 차례는 들어야 50위 내 진입을 노릴 수 있다. 총상금 5억원짜리 대회에서는 9위를 하면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52위 김보아(7895만원), 53위 김민지(7282만원), 54위 홍진의(7129만원) 등도 막판까지 상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상금랭킹 50위가 획득한 상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최은별(24)은 5860만원으로 50위였으나 2013년에는 7566만원(정희원)으로 불어났다. 올해에는 9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상금으로 1억원을 넘게 벌어도 시드를 잃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LPGA투어는 상금랭킹 100위까지 내년도 풀시드를 주기 때문에 한결 쉽다. 일본도 KLPGA투어처럼 상금랭킹 상위 50위까지만 시드를 주고 있어 생존이 만만찮다.

◆예선전 면제 받으려면 ‘톱70’ 들어야

상금 상위 50위 진입이 어려운 선수들은 이번주 열리는 서울경제클래식을 치른 뒤 70위 안에라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시드전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현재 70위인 오세라(4211만원), 71위 한승지(4202만원), 72위 이솔라(4031만원), 73위 강민주(4026만원) 등은 이번주 단 1타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올해 시드전 예선은 다음달 11~14일, 본선은 18~21일 전남 무안CC에서 펼쳐진다. 예선전에는 500명이 넘는 선수가 참가해 115명만 최종 본선에 나갈 수 있다. 본선에선 예선 통과자 115명에다 예선 면제자인 KLPGA투어 상금랭킹 상위 51~70위(20명), 2부 투어인 드림투어 상금랭킹 7~15위(9명) 등 총 144명이 4라운드를 펼쳐 시드 순위를 결정한다. KLPGA투어에 따르면 한 대회 출전 선수가 120명일 경우 시드전 순위 50위까지는 출전이 확실하다.

◆유명 선수들도 시드전서 탈락

시드전은 선수들 사이에서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통한다. 지난해 시드전을 치른 김민선(19·CJ오쇼핑)은 “경험 많은 언니들도 경기 하는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대표 출신인 2008년 신인왕 최혜용(24)이 시드전에서 탈락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올해 시드전으로 가야 할 위기에 처한 유명 선수로는 2012년 KLPGA투어 대상 수상자이자 통산 2승 경력의 양제윤(64위), 2005년 상금왕을 지내고 통산 3승을 거둔 배경은(66위), 통산 2승 기록자인 임지나(67위) 조영란(68위) 문현희(84위), 2011년 상금랭킹 4위 심현화(80위) 등이 있다. 선수들은 시드를 잃으면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곤 한다. 정신적인 충격에다 메인 스폰서뿐만 아니라 의류, 클럽 등 각종 후원사들마저 등을 돌려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