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진규 에넥스 부회장
6분기 연속 흑자 낸 건 공격경영과 내실 기한 덕분
목표 달성한 대리점주에 금뱃지·금반지 선물
제품 개발에 年 30억원 투자…매년 신제품 20여종 내놔
내년엔 모바일·홈쇼핑 등 신규 유통망 확대
주방가구 ‘오리표싱크’에서 출발해 종합가구회사로 성장하고 있는 에넥스의 박진규 대표이사 부회장은 “건설시장의 특판 수요를 꾸준히 확대해가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방가구 위주였던 품목도 인테리어 가구, 사무용 가구로 확대해 2020년엔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3일에 한번씩 ‘현장 경영’
201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박 부회장은 창업주인 박유재 회장의 큰 아들이다. 1986년부터 에넥스의 각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그는 현장 경영에 집중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취임 초 그는 전국의 대리점과 직영점, 협력업체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가 국내와 해외를 돌아다닌 거리만 1년 동안 12만8855㎞에 달한다.
박 부회장은 “책상 위에 올라온 보고서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리점주, 고객, 협력사 사장들과 만나야 한다”며 “2010년 대표를 맡았을 당시 에넥스가 위기였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 만나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생존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중점을 뒀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썼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을 설득해나갔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열정적으로 다함께 힘쓴 것이 에넥스의 저력이고 이를 위해 현장경영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금도 분기마다 전국의 대리점주, 협력사들과의 모임을 갖고 있다. ‘매달 1억원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는 우수 대리점주에겐 1돈(3.75g)짜리 금뱃지를 선물로 주고 있다. 최근엔 지방의 한 대리점주가 “이번달에도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면 금반지 하나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목표를 달성했고 박 부회장은 금반지 제작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박 부회장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니까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매출을 얼마 하겠다’고 먼저 약속을 해온다”며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해보자고 달려드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 지금까지의 경영 성과이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 추후 과제”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고객감동 추구
박 부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공장을 쉬지 않고 가동시키면서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우린 주문을 받은 직후 생산을 하기 때문에 원하는 사양대로 만들 수 있고 정확한 색감과 우수한 디자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만들어 창고에 보관해두면 색상이 바래면서 같은 아이보리라 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넥스의 이 같은 생산 체제는 ‘BS+5P+AS’라는 경영지침에 기반한다. BS(before service)는 기획, 생산, 설치 등 고객에게 가기 직전까지의 단계를 말한다. 5P는 제품, 가격, 장소, 프로모션, 사람을 뜻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AS(애프터 서비스)는 시공 이후 공정을 꼼꼼하게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가구를 판매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정성껏 만든 가구를 통해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장인정신을 4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며 “매년 30억원가량 제품개발에 투자해 전체 제품 수의 20%인 20여종의 신제품을 매년 계속 내놓는 것도 고객 감동을 위한 품질 관리”라고 했다. 그는 이어 “1990년 에넥스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6면 UV(자외선)도장 기법도 R&D 투자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와 차별화
박 부회장은 “일반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품질 서비스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가 국내 들어와도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제조공정 가운데 디자인 설계와 애프터 서비스에 가장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온라인 판매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넘었고 내년엔 모바일, 홈쇼핑 등 신규유통망을 확대,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140여개인 전국 대리점을 내년 200개로 확대해 공백 상권을 없앤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 부회장은 “일단 전체 가구로 품목을 확대하면서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뒤 대형 매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선 중저가의 온라인 전용상품 개발과 유통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3일 배송’ 시스템도 이케아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다. 박 부회장은 “에넥스의 시공 전문 자회사가 있는데,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을 소비자가 싣고 가야 하는 이케아와 비교했을 때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에넥스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며 “신규 유통망 확대, 서비스 강화로 장기적으로 ‘세계 5대 가구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