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똑같은 말 되풀이한 日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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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것은(위안부 관련 발언) 외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2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번 방일을 정리하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 의장은 이부키 분메이 일본 중의원 의장의 초청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권이 앞장서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부키 의장과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 아베 총리 등 주요 인사와의 면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아베 총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12분 늦게 회담장에 나타났다. 유흥수 주일 대사와의 첫 대면 때문이었다. 정 의장이 전한 아베 총리의 발언도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거나 “필설로 다할 수 없는 힘든 고통을 겪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지난 3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 똑같다. 정 의장조차 “자료를 보니까 그 말 그대로 반복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말하더라”고 할 정도다. 정 의장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가타부타 어떤 긴 얘기를 사실 하지 못했다. 분위기 자체가(그러했다)…”라며 면담 상황을 전했다.
유 대사는 “‘2부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장이 중국이 아닌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며 정 의장 방일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대행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다”며 최근 형성된 한·일 화해 분위기도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녹지 않아 보인다. 이달 초 일본을 찾은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직접 와서 보니까 일본 국내 사정이 복잡하다는 걸 알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증언’을 바탕으로 쓴 위안부 관련 일부 기사의 오보를 인정한 후 일본 내 높아지고 있는 우경화 분위기를 거론한 것이다.
시차는 있지만 방일 후 전하는 정치권과 정부 인사의 후담이 크게 엇갈려 혼란스럽다. 하지만 예정 시간을 넘겨 나타나 지난 발언을 그대로 되풀이한 아베 총리 말을 듣고 ‘진정성’에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지난 26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번 방일을 정리하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 의장은 이부키 분메이 일본 중의원 의장의 초청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권이 앞장서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부키 의장과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 아베 총리 등 주요 인사와의 면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아베 총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12분 늦게 회담장에 나타났다. 유흥수 주일 대사와의 첫 대면 때문이었다. 정 의장이 전한 아베 총리의 발언도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거나 “필설로 다할 수 없는 힘든 고통을 겪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지난 3월 아베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 똑같다. 정 의장조차 “자료를 보니까 그 말 그대로 반복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말하더라”고 할 정도다. 정 의장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가타부타 어떤 긴 얘기를 사실 하지 못했다. 분위기 자체가(그러했다)…”라며 면담 상황을 전했다.
유 대사는 “‘2부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장이 중국이 아닌 일본을 먼저 방문했다”며 정 의장 방일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대행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분위기가 한결 달라졌다”며 최근 형성된 한·일 화해 분위기도 전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녹지 않아 보인다. 이달 초 일본을 찾은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직접 와서 보니까 일본 국내 사정이 복잡하다는 걸 알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증언’을 바탕으로 쓴 위안부 관련 일부 기사의 오보를 인정한 후 일본 내 높아지고 있는 우경화 분위기를 거론한 것이다.
시차는 있지만 방일 후 전하는 정치권과 정부 인사의 후담이 크게 엇갈려 혼란스럽다. 하지만 예정 시간을 넘겨 나타나 지난 발언을 그대로 되풀이한 아베 총리 말을 듣고 ‘진정성’에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