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달러 강세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글로벌 증시 환경에서 인도 펀드가 올 들어 3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해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매도 공세로 휘청거렸던 국내 증시와 달리 인도 증시는 지난 5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안정과 각종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돼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31%↑ 해외펀드 중 최고

수익률 31%…지치지 않는 '인도코끼리'
30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19개 인도 펀드는 올 들어 평균 31.43% 수익률을 기록, 해외 주식형펀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인도 펀드의 뒤를 잇는 중동아프리카 펀드(15.80%), 북미 펀드(11.31%), 신흥아시아 펀드(9.71%)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다.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1A’(44.86%) ‘IBK인디아인프라A’(41.91%) 등이 40% 넘는 수익을 내며 선전했다.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인도 뭄바이 증시에서 BSE센섹스지수는 28%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 강세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6.6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5% 하락한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4.01%) 말레이시아(-2.29%) 필리핀(3.64%) 브라질(-3.99%) 러시아(-22.43%) 등 다른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도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성공적인 정권 교체를 기반으로 경제 회복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 인도 금융시장이 선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6월만 해도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로 인도는 ‘5대 취약국(fragile five)’으로 지목되며 증시 급락을 연출했지만 최근 들어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 강세 국면에서 인도 루피화는 23일까지 1.8% 절하에 그치면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신흥국 중 우등생 주식”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인도를 비롯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과거보다 확대되기 어렵겠지만 개별 국가의 펀더멘털과 정책 기조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이 예상된다며 인도 증시에 주목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도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화유동성 문제, 환율 약세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며 “다른 신흥국에 비해 자금 유출 우려가 적고 꾸준한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가 인도”라고 설명했다.

라훌 차다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법인 최고운용책임자(CIO)는 “2016년 인도 경제 성장률은 6.5%로 예상된다”며 “모디 총리의 리더십과 젊은 층이 많은 인구구조 등에 힘입어 인도 증시는 몇 년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종 지표에서도 인도 경제가 바닥을 벗어날 초기 징후를 보이고 있어 경기 회복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민감 소비재, 산업재, 금융업종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가파른 급등세로 현재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