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CEO 교체는 毒
외풍 휘둘려 툭하면 낙마…장기적 안목서 경영 못해
JP모간·웰스파고 등 10년 넘은 CEO 수두룩
무조건 '내부출신'만?
출신보다는 능력이 우선…낙하산 트라우마도 벗어야
윤종규 내정자가 다음달 21일 임시 주주총회 후 취임하면 KB금융그룹은 2008년 9월 지주 설립 이후 5번째 회장을 맞이하게 된다. 윤 내정자 전까지 KB금융 회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6개월에 불과하다. 최고경영자의 이 같은 잦은 교체가 KB금융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고 준비 단계를 차근히 밟아가야 하는데, 수장이 자주 바뀌면 목표점이 계속 변경되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회장이 명백한 경영상의 잘못이 없는데도 자주 바뀌는 것은 조직이 정치, 관치와 같은 외풍에 쉽게 휘둘린다는 뜻”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금융그룹들은 ‘황제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장기간 조직을 이끈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장수 CEO’ 리더십 주목
‘제이미 다이먼(JP모간체이스), 존 스텀프(웰스파고), 에밀리오 보틴(산탄데르), 네드 에드워드 존슨 3세(피델리티)….’ 글로벌 금융위기의 격랑을 거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로 주목받은 대형 금융회사에서 족적을 남긴 CEO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여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CEO로 장수한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장수 CEO의 존재 여부는 대부분 해당 금융회사의 성적과 비례한다. 성공한 금융회사 뒤에는 장수 CEO의 스토리가 자리 잡고 있다. 산탄데르은행은 스페인의 작은 지방은행으로 출발했지만 1986년 에밀리오 보틴 회장이 취임한 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했다. 그가 회사를 지휘한 20여년 동안 산탄데르는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신화를 써 지금은 세계 금융회사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됐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목격된다. 최고경영자에게 상대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했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약진에서 잘 드러난다. 2000년대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10여년 동안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서 최고경영자(회장) 교체는 한 번씩에 불과하다. 라응찬 회장-한동우 회장으로 이어진 신한금융의 리더십은 조흥은행과 LG카드의 인수를 성공시키며 글로벌 금융그룹의 토대를 다지는 기반이 되고 있다. 김승유 회장-김정태 회장 라인이 이끈 하나금융 역시 외환은행 인수 등의 일관된 성장전략으로 가장 주목받는 금융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날로 복잡해지고 위험이 도사린 금융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견고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반대 세력을 설득해가며 일관된 전략을 수행하는 게 필수라고 말한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와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다 보면 내부 권력 다툼은 필연적이고 거대한 금융그룹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지주의 회장이 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대표에 대한 실질적인 임명권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출신이 만능’ 편견 버려야
‘관치’와 ‘정치 낙하산’의 트라우마 때문에 무조건 ‘내부 출신’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산되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이번에 KB금융뿐 아니라 각 금융회사 CEO들의 선임 과정을 보면 ‘관료·정치인 출신은 무조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이런 편견으로 오히려 좋은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권력으로 부상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고 사외이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반면 전문성은 그만큼 강화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학계 및 관료 출신들로 사외이사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영진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다양한 의견 제시 모두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 중 절반 가까이가 대학교수와 연구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멤버로 들어가면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의사 결정 과정에 자유로운 발언을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여부를 모든 식품에 표기하도록 하는 'GMO 완전표시제'가 다시 발의되면서 9일 식품업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GMO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부추기고, 식품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GMO 식품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GMO 식품임을 입증하는 표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만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GMO를 원재료로 이용했다면 이를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13년간 논의해온 해묵은 논란이다. GMO 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와 식품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단계적 도입안'을 내놓은 게 과거 법안과 다른점이다. 간장, 대두유, 물엿 등 주요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GMO 표시를 하도록 했다. 식풉업계는 GMO 식품에 대한 우려는 음모론에 가깝다고 반발한다. 2016년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107명이 GMO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주요 반박 근거다. 관련 제품 가격 인상만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시나리오 연구에 따르면 식용유지류 생산비는 최대 6.9%, 장류 생산비는 7.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올리브유 등의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식용류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한국 배터리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 CATL은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이른바 ‘8·9·6 근무제도’(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노동을 상징하는 ‘9·9·6 근무제’를 능가한다. 과로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CATL을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끌어 올린 원동력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한국 배터리업계가 2차전지 R&D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처럼 배터리업계도 경쟁국과 같이 R&D 근무 제한을 줄여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국회는 반도체 분야 화이트 이그젬션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여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주 40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하고 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 받는 사무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초과근무시간 수당(시간당 임금의 1.5배) 없이 추후 업무 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지급한다. 적용 대상에는 연구직뿐 아니라 관리직과 행정직도 포함된다. 중국은 주 52시간제 같은 법적 제한이 없다. 첨단 산업 분야는 주당 72시간을 일하는 996제도가 정착됐다.배터리업계에선 한국도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급변하는 배터리업계에선 스피드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CATL 핵심 연구진은 필요에 따라 주당 70~80시간을 일하는데, 한국만 손발이 묶여선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CATL과
‘-8416억원 vs 4043억원.’지난해 4분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영업적자와 일본 파나소닉의 영업이익을 비교한 수치다. 확장에 ‘올인’한 한국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기록적인 적자를 낸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공격적 시설 확장 계획을 내놓은 한국 업체들이 수년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온은 4분기에 3594억원, 삼성SDI는 25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동시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온의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는 1조1270억원에 달했다.반면 일본 1위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404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외에는 고객군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으며 내실화를 다진 전략이 전기차 캐즘 시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수요 부진으로 시설 확장 계획을 미루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요즘 뜨고 있는 ESS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차이를 보였다. 미국에선 태양광 발전 설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기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ESS 시장에 일찌감치 힘을 준 끝에 ESS 매출 비중을 35%까지 늘렸다. 10%대 안팎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보다 높다. SK온의 ESS 실적은 미미하다.중국 CATL도 지난해 4분기 3조원대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