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둥그런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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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드라마틱한 기부, 장학금
자연 법칙처럼 선순환 정착되길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자연 법칙처럼 선순환 정착되길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이야기 하나. 지난주 우리 학교에 특별한 장학금이 전달됐다. 두 아들을 KAIST에 보낸 부모가 5000만원의 발전기금을 건네온 것이다. KAIST는 학사과정 신입생 전원을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면 꾸준한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교 당시부터 시행해 온 제도다. 기부자는 “덕분에 걱정 없이 두 아들이 공부할 수 있었다”며 받은 혜택을 학교에 되돌려주고 싶어 했다. 기업가도 재력가도 아닌 평범한 농부라서 큰아들이 졸업한 지 10년 가까이 지나서야 찾아왔다며, 기부금이란 말도 어색하니 그저 아들의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야기 둘. 2013년도 에티오피아 대학입학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우리 학교 가을학기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자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아디스아바바대 의대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무엇보다 컸고, KAIST가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는 점이 결단의 배경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 속 학생이 첫 번째 이야기 속 부모가 내놓은 장학금 수혜자가 된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기부가 있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을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학교에 전달되는 장학기부를 꼽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한순간의 손길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소리지만, 지구는 둥글다. 때문에 대기와 해류의 순환이 발생한다. 이 돌고 도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이동한다. 풍부한 곳에서 모자란 곳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자연의 법칙이며, 지구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부도 이 자연스러운 법칙을 닮아야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더 큰 생명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둥그런 법칙이 우리 사는 세상을 더 건강하게,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를 그 순환적 기부가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공간으로 만드는 꿈을 꾼다. 이뤄지리라 믿는 꿈이다.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이야기 둘. 2013년도 에티오피아 대학입학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우리 학교 가을학기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자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아디스아바바대 의대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무엇보다 컸고, KAIST가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는 점이 결단의 배경이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 속 학생이 첫 번째 이야기 속 부모가 내놓은 장학금 수혜자가 된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기부가 있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을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학교에 전달되는 장학기부를 꼽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한순간의 손길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소리지만, 지구는 둥글다. 때문에 대기와 해류의 순환이 발생한다. 이 돌고 도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이동한다. 풍부한 곳에서 모자란 곳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자연의 법칙이며, 지구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부도 이 자연스러운 법칙을 닮아야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더 큰 생명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둥그런 법칙이 우리 사는 세상을 더 건강하게,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를 그 순환적 기부가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공간으로 만드는 꿈을 꾼다. 이뤄지리라 믿는 꿈이다.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