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상승률 대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어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경고음이 켜졌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변동성이 큰 장세에선 ‘역복리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 큰 장세…레버리지 ETF 주의보
○코스피 대비 하락폭 8배 달해

코스피지수는 지난 29일 1961.17로 마감해 올 들어 2.4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평균 수익률은 -18.63%에 달했다.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2배가 아닌 8배 가까이 떨어진 것. ‘미래에셋 TIGER레버리지’는 -19.03%, ‘삼성 KODEX레버리지’는 -18.58%, ‘한국투자 KINDEX레버리지’는 -18.48%, ‘KB KStar레버리지’는 -18.43% 등으로 상품별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았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레버리지 ETF가 코스피지수가 아닌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200지수는 올해 5.9% 하락, 코스피지수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일 지수 등락률의 2배를 반영하는 독특한 계산법도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전무는 “기초지수의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는 식이어서 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선 손실폭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지수가 100에서 10% 떨어졌다가 다시 10% 오르더라도 제자리가 아니라 99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부문장은 “기초지수가 떨어지면 역복리 효과 때문에 레버리지 ETF의 하락폭은 더 클 수 있다”며 “다만 ETF 보수는 연 0.5% 이하이기 때문에 수수료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장기 투자하면 위험”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위험이 높은 만큼 단기 투자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기초자산이 하락할 때 두 배보다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투자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배 전무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기초지수가 많이 오르더라도 레버리지 ETF에선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며 “개인들이 이런 상품의 특징을 잘 알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피해 조금씩이라도 일관성을 갖고 상승할 조짐을 보일 때 투자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조원 규모로 성장한 ETF 시장에서 국내 레버리지 ETF 4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거래대금 기준으로 38.6%다. 유형별 ETF 중 최대다. 개인들의 거래가 40.45%로 가장 활발하다.

■ 레버리지ETF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기초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국내에선 지수 대비 2배 수익 또는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품만 나와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