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정치권이 바빠졌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게임의 룰'의 급격한 변화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치자 내심 불안감을 표하며 앞으로 선거구 획정 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메가톤급 이슈가 터진 만큼 개헌 논의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 핵폭탄이 터진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망했다.

광역시도 별로는 농·산·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영·호남 의원들의 우려가 컸고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해 지역구가 비교적 적은 충청권 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에 반색했다.

영남이 지역 기반인 새누리당과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립하던 평소와 달리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사실상의 양당 체제하에서 여야가 이처럼 이해타산이 대체로 일치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대목은 앞으로 선거구 획정 논의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있다.

만약 전체 지역구 숫자가 현행 246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전국적으로 통·폐합과 분구 등을 통해 지역구 의원정수를 맞추게 되는데, 최근 인구가 팽창된 경기도를 중심으로 약 10곳 안팎의 선거구가 늘 확률이 현재로선 비교적 높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여야 교섭단체가 막후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마음대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것)을 통한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행 의원정수(300석)를 동결한 상태에서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통·폐합을 줄이고 분구조정을 시도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선거법에 따라 중립성을 담보하는 공식 기구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있지만 이해 당사자인 정치권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획정위가 실제 작업에 나서기 전에 국회 정개특위가 지역구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 등을 비롯한 대강의 룰을 먼저 정할 수 있고 획정위 구성 과정에도 여야가 얼마든지 입김을 넣을 수 있기 때문.

여야는 헌재 결정 직후 일제히 대책회의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가동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헌재가 선거구 획정 시한을 내년 12월31일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마음이 급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의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원내대표 간에 합의해 정개특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상의를 거친 브리핑을 통해 "정개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선거구획정위를 조기에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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