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된 가전업체 모뉴엘 대표 박홍석(52)씨는 역외탈세를 통해 44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국내외 고급 주택 구입이나 카지노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관세청의 '3조원대 위장수출 및 재산도피사법 적발' 브리핑에 따르면 박씨는 2009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총 3조2000억원의 허위 수출 신고를 근거로 외환은행 등 10여개 은행에서 3조2000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현재 6745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위장수출로 대출받은 자금을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계좌에 송금한 뒤 빼돌리는 수법으로 총 446억원의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 가운데 239억원은 브로커 로비 자금 및 현지 대여에 사용했고, 23억원은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중국의 공장을 인수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족용 주택을 구입하는데도 10억원을 썼고, 120억원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해 국내로 반입했다.

특히 국내에 반입한 120억원과 회사에서 차입한 64억원 등 184억원도 도박 자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그는 이 가운데 40억원을 국내외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관세청은 설명했다. 다만 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 가운데 30억원은 카지노에서 칩을 구입해 외국의 사업 협조자 등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또 불법 조성한 자금 가운데 16억원을 들여 제주도에 초호화 별장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 및 연예기획사 투자, 그리고 부인 명의의 커피숍 인수에도 총 44억원을 지출했다. 신용카드 대금 납부 및 가족 생활비에 충당된 금액도 39억원에 달했으며, 개인 채무를 변제하거나 대여금 용도로도 25억원을 사용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박씨의 행각은 한마디로 희대의 사기극이었다"며 "한번 허위 대출이 통하니까 도덕성이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면서 사기극을 계속 연출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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