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는 지난해 이자벨마랑과 H&M 콜라보레이션(협업·collaboration) 컬렉션이 풀린 11월14일 퇴근 후 매장으로 뛰어갔지만 구입하고 싶던 품목은 이미 동이 난 뒤였다. 올해는 하루 휴가를 내고 밤새 줄을 서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유씨는 "미리 체크했으나 마음에 드는 스웨트셔츠가 8만 원대더라" 며 "기존 알렉산더왕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어서 올해도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말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각 패션 브랜드의 협업 컬렉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업계의 이목이 쏠린 것은 H&M의 디자이너 협업 한정판 출시다. H&M은 매년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고 매번 매장 앞에 긴 대기 행렬이 서는 진풍경을 낳았다.
올해는 협업 컬렉션 10주년을 맞아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손잡았다. 의류와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 관련 제품을 1만~40만 원대로 준비했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 '구입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어서 엄격한 구매 기준을 적용한다. 우선 구매 고객을 30명씩 그룹을 만들어 선착순으로 입장시키고, 해당 컬렉션 구역에서 10분씩만 제품을 고르게 할 계획이다. 같은 상품을 1개 이상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H&M은 올해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대구 동성로점, 인천 신세계백화점 지점 등 5곳에서만 한정판을 판매한다. 남성용 제품은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에서만 살 수 있다.
일본 SPA 유니클로는 그동안 적극적인 협업을 활용해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어왔다.
올 가을에는 질샌더와 협업한 플러스 제이(+J) 라인의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을 재출시하는 '베스트 오프 플러스 제이 컬렉션'을 테마로 제품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프랑스 톱 모델 출신인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와 협업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등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아동복의 경우 2012년에 출시한 적 있는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언더커버'와의 협업 한정판을 다시 도입했다.
국내 브랜드들도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럭키슈에뜨, 쿠론, 슈콤마보니는 이른바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연예인들과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럭키슈에뜨의 경우 모델인 장윤주와 손잡고 첫 번째 캡슐 컬렉션인 '럭키 걸 by 장윤주' 코트 라인을 내놨다. 장윤주의 퍼스널 스타일링을 담은 오버사이즈, 코쿤, 아워글래스, 스트레이트의 네 가지 핏(fit) 코트 컬렉션이다.
잡화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이혜영과 손잡고 다음달 골프 라인 'HYL X SCB'을 내놓는다. 골프화와 가방을 주축으로 양말 등 소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잡화 브랜드 쿠론은 광고모델인 배우 고준희와 함께 '레이첼 시리즈'를 출시한 상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명확한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는 유명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특정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텐티티를 확고히 해줄 뿐 아니라 새로운 감성을 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