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성적 재산정 착수…피해 학생에 추가합격 기회
기존 합격자는 피해 없어…하향지원 학생 구제책 빠져
서울대 "피해자 구제하겠다"
◆기존 합격생의 탈락 없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1일 회견에서 “수능 출제 오류 관련 논란으로 혼란과 고통을 겪은 모든 분께 송구하며 해당 학생의 피해 구제에 최선을 다하고 기존 정답 처리된 학생은 신뢰보호 차원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산정 결과에 따라 성적이 상승하는 모든 수험생에게 추가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지만 이로 인해 기존에 합격한 학생이 탈락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해 전체 학생의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를 다시 산출해 대학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오답자 1만8884명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대부분 오르고 4800여명은 등급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은 이를 토대로 피해 학생의 추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대는 이미 구제 방침을 밝혔다.
수시는 세계지리 등급 상승으로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지, 정시는 세계지리 등급·표준점수·백분위가 올라 합격 점수를 넘는지를 따져 추가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수시에서 수능 등급은 최저학력기준이고 학생부나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 요소의 영향이 커 등급 상승에 따른 추가 합격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탐구영역을 제시한 대학이 많지 않아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 구제 가능한 학생들은 최대 수백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능 중심인 정시는 성적 재산정에 따른 영향이 다소 클 수 있으나 얼마나 합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향 지원 학생은 구제 못해
교육부는 늦어도 2015학년도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12월19일 이전에 피해 학생들의 추가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도록 대학 측과 협의하기로 했다. 추가 합격하는 학생들은 2015학년도 정원외 신입생으로 입학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원할 경우 추가 합격한 대학으로 편입학할 수 있도록 해당 대학과 협의해 특례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8번 문항을 틀려 성적이 낮아져 원하는 대학보다 하향 지원한 학생들은 이번에 구제대상이 아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학생들이 입시에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하향 지원 여부를 입증할 객관적인 방법이 없어서다.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은 “그런 학생들에 대해서는 (구제가)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 시험의 소송을 대리한 임윤태 변호사는 “하향 지원한 학생들에 대한 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오류 판결 처음…재발방지책 논란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이후 출제에 오류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4학년도 언어영역, 2008학년도 물리Ⅱ,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은 각각 복수정답으로 인정됐으나 이번처럼 정답이 없어 모두 정답 처리하는 것은 처음이며 법원 판결로 대입 결과가 뒤바뀌는 것도 처음이다.
과거와 달리 교육 당국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다가 시험 1년여가 지나 잘못을 인정한 데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황 장관은 “법적 책임 또는 행정·재정적 책임은 법의 규정에 따라 엄정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