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은 하루짜리 호재?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미국 증시에서 상승세를 이끈 주요 재료인 반면 국내에선 효과가 신통치 않다. 국내에선 자사주 취득 이후 주가가 ‘반짝’ 올랐다가 이내 원상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사주 매입을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보기보다 단기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31일 삼성화재는 2.04% 하락한 28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월 중순 3871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정 직후 3.2% 오른 28만9500원을 기록한 뒤 등락을 반복했지만 결국 주가가 자사주 매입 이전 수준에 멈췄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화재는 앞서 네 차례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을 때도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한 뒤 하락했다가 매입이 완료되는 시점엔 자사주 매입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하루짜리 호재?
회사가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실질 발생주식 수가 줄어 한 주당 돌아가는 이익(주당순이익·EPS)은 커지고 주가도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S&P500 기업이 순이익의 55%를 자사주 취득에 쓰며 주가를 끌어올린 원리다.

반면 국내 증시에선 자사주 매입을 단기 수급 요인에 따른 호재 정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날 220만주(1047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한 삼성증권은 이날 0.31% 오르는 데 그쳐 ‘반짝 효과’도 보지 못했다.

특히 실적이나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K는 9월5일 376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뒤 14거래일 만에 13.7% 오른 19만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 이전 수준인 16만7000원으로 되돌아갔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29일 26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발표했지만 국내 사업부문 실적이 부진한 탓에 주가가소폭 하락했다. 30일에도 0.53%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에선 장기적으로도 자사주 매입의 주가상승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6년간 자사주매입 수익률(자사주매입 주식수/발행주식수)이 연평균 0.2%로 미국의 3%에 비해 훨씬 낮다”며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국내 증시에선 EPS 증가나 주가 상승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