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학회 추계정책심포지엄이 ‘위기의 한국 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김홍범 금융학회장이 행사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금융학회 추계정책심포지엄이 ‘위기의 한국 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김홍범 금융학회장이 행사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와 금융회사의 유착 관계가 금융사의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사가 지대추구 행위를 멈추고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금융학회가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추계 정책심포지엄에서다. ‘위기의 한국 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학계와 금융회사 임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모피아-금융그룹’ 공생의 틀 깨야

김홍범 금융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금융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인 낙하산 인사를 멈추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피아와 금융지주회사의 잘못된 만남이 금융권의 지대추구라는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지대추구는 이익을 위해 로비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을 낭비하는 행태를 말한다.

전 교수는 ‘잘못된 만남’의 사례를 차례로 열거했다. 국내 첫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의 탄생은 금융당국이 당시 은행권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지주의 상환우선주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조흥은행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결탁’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서울은행 인수와 KB금융지주의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도 대표적인 ‘잘못된 만남’의 사례로 거론했다.

전 교수는 “금융 로비스트 등록제를 통해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금융사 집행임원은 금융사 경력 3년 이상’ 조건을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감독구조 개편을 위해 금융위원회를 해산하고, 금융감독원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위, 합의제로 관료 독단 막아야”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사가 지대추구 행위를 멈추고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사가 혁신과 기능 제고를 통해 현실을 타개하기보다 기존 체계에서 지대추구 행동을 지속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치권과 관료, 금융사 경영자 간 ‘공급자 경제사슬’을 끊고, 금융사 간 경쟁 체제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원 교수는 강조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도 금융사가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사는 국민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며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의 정점에 있는 금융위부터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합의제 기관인 금융위는 위원 9명 전원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고, 합의제가 아닌 독임제 장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도록 실질적인 합의제 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