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극 속에 녹아든 판소리·음악…객석은 박수치며 미소지었다
완전체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드라마와 무대, 음악, 연기가 하나로 조화됐다. 비로소 지옥과 연옥, 천국으로 이어지는 내세를 돌아보며 자신을 응시하고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단테의 여정이 ‘우리 시대의 극예술’로 완성된 느낌이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달 31일 재공연의 막이 오른 ‘단테의 신곡’은 지난해 11월 초연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더 깊어지고 안정된 무대를 선보였다.

싹 달라졌다. 무대 디자인과 세트만 보면 새로운 작품이다. 길과 여정을 상징하는 듯한 기울어진 무대가 저 멀리 끝에서 객석 바닥까지 내려온다. ‘프로시니엄’이라 부르는 객석과 무대 사이 가상의 벽이 사라진 듯하다. 현세와 내세를 이어주는 통로 같기도 하다. 극은 이 길을 통해 단테가 객석에서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객석으로 걸어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초연에서는 누가 말하는지 알 길 없는 대형 스피커의 ‘독백’과 함께 단테가 무대 뒤에서 등장했고, 웅장한 회전무대세트의 위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났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단테가 곁으로 다가왔다. 초연과 달라진, 가장 탁월한 점이다. 시종일관 주인공 단테가 더 잘 보였다. 새로 쓰인 ‘천국’뿐 아니라 대본상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지옥’과 ‘연옥’에서도 그렇다. 각각의 장면들이 좀 더 정제되고 간결해지면서 각 인물에 반응하는 단테의 모습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다.

한태숙 연출가와 고연옥 작가는 원작에 없는 ‘단테의 자아’에 보다 집중한다. 단테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과 《신곡》에서 뽑아낸 어느 시대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에피소드를 엮어 극 중 주인공 단테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다. 원작이나 초연에 없는 단테의 그림자와 늙은 단테까지 등장시킨다. 700년 전 박제화된 단테가 아니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단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공연의 의도는 성공적으로 무대화되지만, 결국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객의 몫이다.

여러 장르의 융합이 다소 ‘불협화음’처럼 느껴졌던 음악도 훨씬 세련돼지고, 통일성이 높아졌다. 융합보단 충돌을 일으켰던 서양 뮤지컬적 요소를 싹 걷어냈다. 비중은 줄었지만 판소리와 오페라, 현대음악이 제대로 어우러져 극 속으로 녹아들었다.

극이 끝나고 관객의 박수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단테 역의 지현준 등 출연진의 얼굴에서 만족감과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그럴 만한 무대였다. 오는 8일까지, 3만~7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