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비리로 얼룩진 지방의회, 3분의 2가 의정비 인상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방의회의 3분의 2 이상이 내년도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잇단 외유 및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2일 한국경제신문의 전수조사 결과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올해 대비 내년도 의정비를 인상한 지방의회는 66곳에 달한다. 각 지방의회에서 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곳 기준이다. 경기 안성시의회가 올해 대비 10.2% 늘어나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전남 순천시(9.8%), 대전 유성구(8.0%), 인천 남구(7.0%)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45개 지방의회는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7%로 의정비 인상률을 정했다.

이달 초 열리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인상이 예정된 지방의회도 52곳에 이른다.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한 지방의회는 인천시, 강원 태백 등을 비롯해 43곳에 그쳤다. 아직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82곳이다. 하지만 82곳 중에서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지방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각 지자체의 전언이다. 전체 243개 중 3분의 2가 넘는 160여곳의 지방의회 의정비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외유·비리로 얼룩진 지방의회, 3분의 2가 의정비 인상
1991년 민선 지방의회 출범 당시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2006년부터 유급제로 변경됐다. 이때부터 전체의 4분의 1 수준인 50~60곳의 지방의회가 4년 임기 동안 의정비를 매년 번갈아 인상하고 있다. 2013년에는 4분의 1인 55개의 지방의회가 전년 대비 평균 4.5% 인상했다. 올해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눈치 보기로 전국 지방의회 중 7%인 16곳만 의정비를 인상했다. 지방의회가 올해 일제히 의정비 인상에 나선 건 올초 바뀐 지방자치법 시행령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올초 지방의회 의정비 결정 주기를 종전 1년에서 4년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금까지는 지방의회가 매년 20% 안팎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 의정비 인상률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왔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안행부는 지방의원 4년 임기 동안 의정비 인상을 한 차례만 허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고쳤다.

의정비를 매년 인상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였지만 각 지방의회는 이를 악용해 여론 수렴 없이 4년 임기 동안의 인상률을 한 번에 결정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치르기 전까지는 대형 선거가 없어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의정비가 일제히 인상된 또 다른 이유다.

내년에는 의정비 인상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 지방의회는 2016년도부터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연동해 의정비를 인상하도록 결정했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3.8%다. 내년 의정비를 동결한 43곳의 지자체 중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인상률을 동결한 곳은 절반인 21곳에 불과하다. 2016년에는 전체 지방의회의 90% 이상에서 의정비 인상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결산 기준으로 50.1%로, 전년도(52.0%)에 비해 1.9%포인트 떨어졌다. 내년에는 재정자립도가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방의원 의정비를 해당 지자체에서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정비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