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기업들] 美 돈줄 죄고…中 성장 둔화…日 엔低 공습…기업들 앞이 안보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확실성 증폭…내년 사업계획 손도 못대
사업 관련 지표 요동…시나리오 경영도 못할 판
단기 위주 대응책 마련…신사업 투자 엄두 못내
사업 관련 지표 요동…시나리오 경영도 못할 판
단기 위주 대응책 마련…신사업 투자 엄두 못내
2015년을 2개월 정도 앞두고 한국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심상치 않다. 내년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 시점에서 상수(常數)는 줄고 변수(變數)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환율, 유가,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요동치는 상황이다. 기업 현장에선 “신규 투자처를 발굴한다는 건 언감생심이고, 내년 상반기 경영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도 점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변하는 기업환경
주요 기업들은 매년 10~11월 이듬해 사업계획 초안을 짠다. 여기엔 달러·엔·유로 등 주요 통화 환율 전망과 금리·채권 가격 전망, 국제유가 예상치, 주요국 경제성장률 등이 들어간다. 이 계획을 토대로 기업들은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원·부자재 매입량과 매입 시기를 결정한다.
그런데 올해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이들 지표가 일제히 급변하고 있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대비 22.2%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중단 선언(10월29일) 이후 사흘 새 1047원70전에서 1067원50전으로 뛰었다. 원·엔 환율(100엔당)도 작년 말 1021원에서 지난달 31일 957원39전까지 뚝 떨어졌다. 환율 변수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선 장기 환율 추세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말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 발표가 나온 직후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글로벌 종합상황실’ 근무 인력을 대폭 늘리고,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저 이후 가격을 낮추는지, 일본차 판매량 변화가 어떻게 될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엔저 충격’을 넘어 내년엔 대대적 ‘폭격’이 있을 것 같은 데 사업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통상임금 때문에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엔저 등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아직까지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 투자? “내년 전망도 힘들다”
해외 주요국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그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계획 수립에 있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작년 3분기 7.9%(전년 동기 대비)에서 올해 3분기 7.3%로 하락했다.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7.5%를 밑돌고 내년 이후 경착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변수’는 국내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GS칼텍스는 2012년 4월 일본 기업과 파라자일렌(합성섬유·페트병 원료) 합작사를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GS칼텍스는 규제(지주회사가 증손회사 설립시 지분율 100%를 의무 확보해야 한다는 법률)에 묶여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올해 1월 규제가 풀렸지만 이번엔 중국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경기 둔화로 파라자일렌 수요가 줄면서 1년 전 t당 1700달러이던 가격이 올 들어 t당 1100달러로 급락한 것.
화학업계 관계자는 “파라자일렌 공급과잉이 심해 지금 투자해봤자 손해를 볼 게 뻔한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예전과 달리 투자 타이밍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환율, 경제 전망 등의 변수 때문에 상당수 대기업은 내년 사업계획과 신규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 한화와 효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이 내년 경영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누가 내년 경영환경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며 “최대한 단기 대응전략 위주로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정인설/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급변하는 기업환경
주요 기업들은 매년 10~11월 이듬해 사업계획 초안을 짠다. 여기엔 달러·엔·유로 등 주요 통화 환율 전망과 금리·채권 가격 전망, 국제유가 예상치, 주요국 경제성장률 등이 들어간다. 이 계획을 토대로 기업들은 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원·부자재 매입량과 매입 시기를 결정한다.
그런데 올해는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이들 지표가 일제히 급변하고 있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대비 22.2%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중단 선언(10월29일) 이후 사흘 새 1047원70전에서 1067원50전으로 뛰었다. 원·엔 환율(100엔당)도 작년 말 1021원에서 지난달 31일 957원39전까지 뚝 떨어졌다. 환율 변수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선 장기 환율 추세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종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말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 정책 발표가 나온 직후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글로벌 종합상황실’ 근무 인력을 대폭 늘리고,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저 이후 가격을 낮추는지, 일본차 판매량 변화가 어떻게 될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엔저 충격’을 넘어 내년엔 대대적 ‘폭격’이 있을 것 같은 데 사업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통상임금 때문에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엔저 등 환율까지 급락하면서 아직까지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 투자? “내년 전망도 힘들다”
해외 주요국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것도 문제다. 그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계획 수립에 있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작년 3분기 7.9%(전년 동기 대비)에서 올해 3분기 7.3%로 하락했다.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한 7.5%를 밑돌고 내년 이후 경착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변수’는 국내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GS칼텍스는 2012년 4월 일본 기업과 파라자일렌(합성섬유·페트병 원료) 합작사를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GS칼텍스는 규제(지주회사가 증손회사 설립시 지분율 100%를 의무 확보해야 한다는 법률)에 묶여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올해 1월 규제가 풀렸지만 이번엔 중국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경기 둔화로 파라자일렌 수요가 줄면서 1년 전 t당 1700달러이던 가격이 올 들어 t당 1100달러로 급락한 것.
화학업계 관계자는 “파라자일렌 공급과잉이 심해 지금 투자해봤자 손해를 볼 게 뻔한데, 어떻게 투자할 수 있겠느냐”며 “예전과 달리 투자 타이밍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환율, 경제 전망 등의 변수 때문에 상당수 대기업은 내년 사업계획과 신규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 한화와 효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이 내년 경영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비슷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누가 내년 경영환경을 예측할 수 있겠느냐”며 “최대한 단기 대응전략 위주로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정인설/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