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조달한 자금,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상당부분을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기업 헝성(恒盛)의 쉬원제(許文杰·56·사진)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서 인터뷰를 하고 상장 이후 청사진을 이렇게 제시했다. 단순히 자금조달 수단으로만 한국 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 이후 한국 기업들과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합작 투자를 통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헝성은 2011년 ‘고섬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은 2011년 6월 완리인터내셔널이 마지막이다.

1992년 설립된 헝성은 완구, 의류,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중국 푸젠성 진장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디즈니, 토이저러스, 마텔 등 미국 기업에 완구를 납품하며 사세를 키웠다. 회사의 매출 대부분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올린다.

상장 전이지만 한국시장 투자는 이미 시작됐다.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속편 제작비 60억원의 51%에 해당하는 30억6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고섬 사태 이후 증폭된 중국 기업 기피증을 불식시키기 위한 복안도 공개했다. 쉬 대표는 “이전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에 썼던 데 반해 헝성은 투명한 방식으로 한국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주주들이 한국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두 공개하겠다는 설명이다. 투자 대상은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모바일게임 시장 등 다양한 분야로 잡아놨다.

헝성의 상장 시기는 당초 올 연말에서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쉬 대표는 “상장준비 과정에서 회계감사에 대비한 업무량이 많아져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리게 됐다”며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내년 상반기 내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쉬 대표는 “2012년 시작한 문화사업이 앞으로 연간 20%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