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기계 미얀마를 잡았다…대동공업, 매년 1000억 수출
국내 농기계 제작업체인 대동공업(대표 곽상철·사진)이 중국과 일본 기업을 제치고 미얀마에 앞으로 매년 1000억원 규모의 농기계를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미얀마 농기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은 3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시했고, 일본은 1억달러 규모의 농기계 무상 제공을 내걸었지만 미얀마 정부는 한국의 농기계 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택했다. 방방곡곡을 누비며 발품으로 현지 농기계 시장을 공략한 회사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 미얀마 정부는 한국 농기계를 농촌에 보급하면서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내년 5월까지 6700대 공급

미얀마 의회는 지난달 말 중앙 부처인 협력부가 낸 농기계 1억달러(약 1067억원) 구입안을 승인했다. 지난 8월 협력부와 대동공업이 맺은 양해각서(MOU) 의회비준이 이뤄진 것이다.

미얀마 협력부는 예산을 집행하는 재무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뒤 대동공업에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대동공업의 작년 매출(6145억원)의 6분의 1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수출 비중도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대동공업은 미얀마 정부와 이달 중순께 본계약을 맺고 다음달부터 제품 선적에 들어간다.

공급 물량은 총 6700대. 트랙터 4700대, 경운기와 콤바인이 각각 1500대와 500대다. 미얀마 정부는 이 농기계를 농민에게 값싸게 보급하게 된다. 대동공업과 미얀마 정부는 매년 1억달러 규모로 10년간 농기계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동공업이 지난 9월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에서 농민을 대상으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 시연회를 열고 있다. 대동공업 제공
대동공업이 지난 9월 미얀마 만달레이 지역에서 농민을 대상으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기계 시연회를 열고 있다. 대동공업 제공
수주 전에는 중국, 일본 정부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3억달러(약 3200억원)를 미얀마에 저리의 차관 형태로 지원하는 대신 자국의 특정 농기계만 구매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1억달러어치 농기계를 무상으로 주겠다고 했다.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국토 면적과 삼모작이 가능한 기후조건, 6000만명에 이르는 인구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미얀마 농기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취지에서였다. 중국은 2012년 기준으로 미얀마에 투자(43억달러)를 가장 많이 한 나라다. 일본 역시 ODA 1위(9278만달러) 국가로 현지에서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곽상철 대동공업 대표는 “중국과 일본이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싶어하는 미얀마 정부와 농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발품 마케팅과 정부 지원 합작품

중국과 일본의 ‘물량공세’에 맞서 대동공업은 실제 농기계를 쓰는 농민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했다. 지난 8월 말부터 두 달 동안 트랙터 15대를 동원해 미얀마 15개주 가운데 절반인 7개주를 돌면서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 참여한 농민만 8000여명에 달한다. 시연회 과정에서 총 3080대의 주문이 들어왔다.

회사 측은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해 현지인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고장이 잦은 농기계의 특성을 감안해서다. 미얀마 15개주에 수리센터를 세우고 현지 엔지니어 2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시켰다. 대동공업의 숙련된 엔지니어 3명을 미얀마의 주요 거점에 파견, 현지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정부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얀마 타나핀, 동파운지 마을에서 한국식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으로 미얀마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미얀마 정부도 중국, 일본식 모델보다 1970년대 한국에서 전국적으로 전개한 새마을운동을 농촌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박수철 전무는 “중국, 일본과 경쟁하면서 돈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상대방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힘썼다”며 “농기계 수출을 계기로 한국산 종자, 비료, 농약 등 연관 산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