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개헌, 왜 매번 변죽만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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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1987년 헌법 개정을 한 이후 개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튀어나와 정치권을 달궜다. 그렇지만 매번 군불만 지피다가 이내 사그라지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각 정파들이 어느 권력구조가 집권에 유리할까라는 ‘사리당략(私利黨略)’차원에서 개헌론을 꺼냈을 뿐 백년대계 차원의 접근은 없었다. 때문에 국민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그들만의 게임’이 되면서 개헌은 변죽만 울렸다.
정치권, 집권 유불리만 따져
1987년 이후 개헌 이슈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90년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민정당 총재)과 김영삼(YS) 민주당 총재, 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며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하고 각서까지 썼다. 그러나 YS가 대통령 출마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각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자유민주연합의 JP는 단일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이 내각제를 고리로 DJP연합을 했던 것이다. 3당 합당 당시 한 차례 당했던 JP는 DJ가 대통령이 되면 1999년까지 개헌을 마치기로 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DJ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대국민담화에서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집권 전망이 밝았던 한나라당은 개헌론에 휘말려서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은 이렇게 집권 유불리만 따지는 데만 관심을 둬 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언급한 이원집정부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이 뚜렷하게 부각하지 않고 있다. 1위 자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내주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총리는 의회에서 각각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운 것은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정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개헌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전 국민의 열망이 있어야 한다. 1987년 개헌이 가능했던 것은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국민들의 에너지가 결집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그때와 같이 국민들이 개헌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93%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여론(CBS·9월29일~10월2일 조사)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헌에 ‘관심 없다(48%)’가 ‘관심 있다(46%)’보다 더 많았다(한국갤럽 10월21~23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정치인 손에 맡기면 안돼
헌법은 10장 130조로 구성돼 있다.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념적 지향, 통일에 관한 부분, 국민의 기본권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임제 등 온통 권력 구조만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헌법은 한 번 바꾸면 또다시 손질하기 쉽지 않다. 개헌을 꼭 해야 한다면 정치인들은 손을 떼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에서 권력구조뿐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차분하게 연구해 시안을 내놓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인들 손에 맡겨 놓으면 ‘정략’이 끼어들고 그러면 또 헛바퀴 돌 게 뻔하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정치권, 집권 유불리만 따져
1987년 이후 개헌 이슈가 본격 등장한 것은 1990년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민정당 총재)과 김영삼(YS) 민주당 총재, 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며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로 하고 각서까지 썼다. 그러나 YS가 대통령 출마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각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자유민주연합의 JP는 단일화 조건으로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놨다.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이 내각제를 고리로 DJP연합을 했던 것이다. 3당 합당 당시 한 차례 당했던 JP는 DJ가 대통령이 되면 1999년까지 개헌을 마치기로 한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DJ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월 대국민담화에서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당시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집권 전망이 밝았던 한나라당은 개헌론에 휘말려서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권은 이렇게 집권 유불리만 따지는 데만 관심을 둬 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언급한 이원집정부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이 뚜렷하게 부각하지 않고 있다. 1위 자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내주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총리는 의회에서 각각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운 것은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정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개헌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전 국민의 열망이 있어야 한다. 1987년 개헌이 가능했던 것은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국민들의 에너지가 결집됐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그때와 같이 국민들이 개헌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93%가 개헌에 찬성한다는 여론(CBS·9월29일~10월2일 조사)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헌에 ‘관심 없다(48%)’가 ‘관심 있다(46%)’보다 더 많았다(한국갤럽 10월21~23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정치인 손에 맡기면 안돼
헌법은 10장 130조로 구성돼 있다.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념적 지향, 통일에 관한 부분, 국민의 기본권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임제 등 온통 권력 구조만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헌법은 한 번 바꾸면 또다시 손질하기 쉽지 않다. 개헌을 꼭 해야 한다면 정치인들은 손을 떼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에서 권력구조뿐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차분하게 연구해 시안을 내놓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인들 손에 맡겨 놓으면 ‘정략’이 끼어들고 그러면 또 헛바퀴 돌 게 뻔하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