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쪽대본 경영'…기업, 내년 계획 못짠다
국내 최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는 최근 모든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각 부문 경영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원유 정제시설을 대거 확충하는 등 산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예년 같으면 내년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했을 시기지만 올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사업환경에 손도 못 대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환율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끝내고, 일본은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달러와 엔화 환율이 요동치고 있어서다. LG그룹은 이번주부터 구본무 회장 주재로 계열사별 올해 실적과 내년 사업전략을 보고·점검하는 업적보고회(컨센서스 미팅)를 연다. LG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내년 사업계획을 만들어 최종 검토해야 할 시기인데, 환율 변수 때문에 막판까지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중대 변수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예상치(7.5%)를 밑돌고 내년부터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기업들은 사업전략 및 신규 투자 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기업이라도 내년 사업계획 확정이나, 5~10년 단위 신규 투자 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 낼 상황”이라며 “수시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박영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