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기대출은 은행의 '몰빵 영업'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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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 소문나면 '묻지마 대출' 실적 채워
은행 "무역금융 재검토중"…수출中企 피해 우려
은행 "무역금융 재검토중"…수출中企 피해 우려
“무리한 대출경쟁이 모뉴엘 사태를 불렀다.”(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
허위 매출 자료에 속아 모뉴엘에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준 초유의 사태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이다. A은행의 여신담당자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가 정말 허술한 시험문제를 냈는데도 우리가 답을 못 찾았다”며 “은행 간 대출자산을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업자득”이라고 자책했다. 이번 사태로 무역금융이 위축되고, 선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뉴엘 ‘우량중기 대출 쏠림’ 노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대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대출을 줄여나가자 우량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몰두해 왔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가계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지난 한 해 동안 27조6000억원 불어났다. 올 들어선 9월 말까지 28조9000억원 급증해 517조8000억원의 잔액을 기록 중이다.
은행들이 위조 매출 서류에 어이없이 넘어간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력 생산제품인 홈시어터PC(HTPC)와 로봇청소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매출이 매년 50%씩 성장하는 모뉴엘을 당연히 의심해야 했지만 우량 중소기업 대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B은행 여신심사역은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데도 매출채권 할인액이 줄지 않은 점은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었다”며 “영업점에서 기업 대출건을 가져오면 대출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이지만, 최근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보니 여신심사부의 의견보다는 영업부서의 주장이 먹히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수출기업 엉뚱한 피해 우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신심사역의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여신심사역을 기피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업종에서 3년은 있어 봐야 하는데 여신심사부에서 3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무역금융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매입외환을 비롯한 무역금융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올해 초 KT ENS에 이어 모뉴엘 사태까지 터지면서 매출채권 할인 같은 분야에 대한 태도가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선의의 중소 수출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매입외환 규모는 올 10월 말 기준 23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매입외환 업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용도가 약한 중견·중소기업에 전가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은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과 관련해 은행들이 집계한 금융실적을 보고 보증서를 끊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가 모뉴엘 매출채권 할인의 근거가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 매입외환
은행이 사들인 수출환어음 무역환어음 등을 말한다. 은행은 수출환어음 등을 사들이면서 수출업체에 외국 수입업체 대신 돈을 미리 지급한다. 이 돈은 나중에 수입업체로부터 받는다. 수출업체에 돈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형식이어서 여신으로 간주한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허위 매출 자료에 속아 모뉴엘에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준 초유의 사태에 대한 은행들의 반응이다. A은행의 여신담당자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가 정말 허술한 시험문제를 냈는데도 우리가 답을 못 찾았다”며 “은행 간 대출자산을 늘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업자득”이라고 자책했다. 이번 사태로 무역금융이 위축되고, 선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모뉴엘 ‘우량중기 대출 쏠림’ 노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대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며 대출을 줄여나가자 우량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몰두해 왔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라 가계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은 지난 한 해 동안 27조6000억원 불어났다. 올 들어선 9월 말까지 28조9000억원 급증해 517조8000억원의 잔액을 기록 중이다.
은행들이 위조 매출 서류에 어이없이 넘어간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력 생산제품인 홈시어터PC(HTPC)와 로봇청소기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매출이 매년 50%씩 성장하는 모뉴엘을 당연히 의심해야 했지만 우량 중소기업 대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B은행 여신심사역은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데도 매출채권 할인액이 줄지 않은 점은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었다”며 “영업점에서 기업 대출건을 가져오면 대출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이지만, 최근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보니 여신심사부의 의견보다는 영업부서의 주장이 먹히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수출기업 엉뚱한 피해 우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신심사역의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과거보다 여신심사역을 기피해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업종에서 3년은 있어 봐야 하는데 여신심사부에서 3년을 채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무역금융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매입외환을 비롯한 무역금융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올해 초 KT ENS에 이어 모뉴엘 사태까지 터지면서 매출채권 할인 같은 분야에 대한 태도가 더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어 선의의 중소 수출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의 매입외환 규모는 올 10월 말 기준 23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매입외환 업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용도가 약한 중견·중소기업에 전가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은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과 관련해 은행들이 집계한 금융실적을 보고 보증서를 끊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가 모뉴엘 매출채권 할인의 근거가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 매입외환
은행이 사들인 수출환어음 무역환어음 등을 말한다. 은행은 수출환어음 등을 사들이면서 수출업체에 외국 수입업체 대신 돈을 미리 지급한다. 이 돈은 나중에 수입업체로부터 받는다. 수출업체에 돈을 일정 기간 빌려주는 형식이어서 여신으로 간주한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