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프런티어] 이영수 원장 "2500개 中企 지원…히든챔피언 더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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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5주년 맞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내 히든챔피언 25개 불과
인력·예산 확대 이뤄져야
대기업과 공동 프로젝트 진행
국내 히든챔피언 25개 불과
인력·예산 확대 이뤄져야
대기업과 공동 프로젝트 진행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원장(사진)은 LG소프트웨어 자동화개발센터 연구소장 출신이다. 1995년 생기원 수석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연구기관으로 생기원이 설립된 지 6년째 되던 해였다. 당시 생기원은 초라했다. 자체 건물도 없었다. 서울 구로동의 통일중공업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
생기원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서울에 조그맣게 있던 본원은 1997년 충남 천안시로 옮겼다. 인천 경기 충청 호남 등에 7개의 지역본부도 생겼다. 정규직 인력 516명 중 박사가 326명, 석사급은 116명에 이른다. 이 원장은 “독일의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은 1000개가 넘는데 한국은 25개에 불과하다”며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기원의 기술 지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면서도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이른다.
◆한국 제조기술 발전 숨은 주역
생기원은 지난 25년간 한국 산업 경쟁력과 궤를 같이해 왔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 원장이 단장을 맡았던 ‘첨단생산시스템 개발사업’은 생기원과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중소기업 등이 참여한 산·학·연 프로젝트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2398억원이 투입됐다. 사람이 손으로 조립하던 공장 라인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제조·생산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에서 ‘G7 프로젝트’로 불렸다. 이 원장은 “이 프로젝트가 한국이 2005년 ‘국제 지능형생산시스템(IMS) 프로그램’의 의장국으로 선정되는 데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생기원은 시속 350㎞로 달리는 한국형 고속전철 차량 개발과 반도체 생산설비 국산화에도 이바지했다. 중소기업들도 생기원의 덕을 톡톡히 봤다. 2011년 김세광 생기원 희소금속연구실용화그룹 수석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코 마그네슘과 에코 알루미늄 합금 기술이 대표적이다. 합금의 성능은 개선하면서도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는 없애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마그네슘 소재기업인 에치앰케이(HMK)에 이전돼 현재 LG전자 휴대폰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2500여개 중소기업과 협업
생기원은 지역 밀착형 연구기관이다. 수도권 언저리의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는 근무 환경이 다르다. 이 원장은 “생기원 각 지역본부는 지방의 공단 근처에 있으면서 기업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다”며 “산업 현장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고 기업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지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과 같이 일하다 아예 전직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기 분야 전문가인 조종현 박사는 2010년 썬테크 기업부설연구소장으로 파견 나갔다. 특허 9건을 출원하고 세 종류의 신제품을 개발하다가 2013년 썬테크에 남기로 했다. 생기원의 도움을 받는 기업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이 원장은 “생기원과 같이 일하는 파트너 기업이 2500개에 이르지만 국내 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3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기 지역에 생기원 지역본부를 열어달라고 많이 요청하지만 인력 예산 등의 한계로 이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그동안 중국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인건비가 오르고 있어 한계를 맞고 있다”며 “생산기술 혁신으로 원가 절감과 제품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생기원이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서울에 조그맣게 있던 본원은 1997년 충남 천안시로 옮겼다. 인천 경기 충청 호남 등에 7개의 지역본부도 생겼다. 정규직 인력 516명 중 박사가 326명, 석사급은 116명에 이른다. 이 원장은 “독일의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은 1000개가 넘는데 한국은 25개에 불과하다”며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기원의 기술 지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면서도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을 이른다.
◆한국 제조기술 발전 숨은 주역
생기원은 지난 25년간 한국 산업 경쟁력과 궤를 같이해 왔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 원장이 단장을 맡았던 ‘첨단생산시스템 개발사업’은 생기원과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중소기업 등이 참여한 산·학·연 프로젝트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2398억원이 투입됐다. 사람이 손으로 조립하던 공장 라인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제조·생산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에서 ‘G7 프로젝트’로 불렸다. 이 원장은 “이 프로젝트가 한국이 2005년 ‘국제 지능형생산시스템(IMS) 프로그램’의 의장국으로 선정되는 데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생기원은 시속 350㎞로 달리는 한국형 고속전철 차량 개발과 반도체 생산설비 국산화에도 이바지했다. 중소기업들도 생기원의 덕을 톡톡히 봤다. 2011년 김세광 생기원 희소금속연구실용화그룹 수석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코 마그네슘과 에코 알루미늄 합금 기술이 대표적이다. 합금의 성능은 개선하면서도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는 없애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마그네슘 소재기업인 에치앰케이(HMK)에 이전돼 현재 LG전자 휴대폰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2500여개 중소기업과 협업
생기원은 지역 밀착형 연구기관이다. 수도권 언저리의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는 근무 환경이 다르다. 이 원장은 “생기원 각 지역본부는 지방의 공단 근처에 있으면서 기업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다”며 “산업 현장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고 기업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지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과 같이 일하다 아예 전직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기 분야 전문가인 조종현 박사는 2010년 썬테크 기업부설연구소장으로 파견 나갔다. 특허 9건을 출원하고 세 종류의 신제품을 개발하다가 2013년 썬테크에 남기로 했다. 생기원의 도움을 받는 기업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이 원장은 “생기원과 같이 일하는 파트너 기업이 2500개에 이르지만 국내 제조 분야 중소기업이 30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기 지역에 생기원 지역본부를 열어달라고 많이 요청하지만 인력 예산 등의 한계로 이를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그동안 중국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인건비가 오르고 있어 한계를 맞고 있다”며 “생산기술 혁신으로 원가 절감과 제품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