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신약, 에이즈 치료제보다 빨리 개발될 것"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네 명을 모두 살려내 세계의 주목을 받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병원. 이곳에서 에볼라 신약 개발을 이끄는 주인공은 한국인 김백 교수(54·사진)다.

그는 에모리대에서 신약개발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요청을 받아 최근 에볼라 치료 신약 개발에 뛰어든 김 교수는 시사주간지 타임 등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에볼라 확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에볼라 신약은 에이즈 치료제보다 훨씬 더 빨리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래 에이즈 전문가다. 체내 항바이러스 단백질(SAMHD1)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그의 논문은 2012년 3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SAMHD1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면 에이즈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도 막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경희대 약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애리조나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체스터대 미생물학·면역학 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 에모리대에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에이즈 발병 후 첫 치료제가 약 10년 만에 나왔고 이후 15년간 20여종의 치료제가 더 개발됐다”며 “거대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든다면 에볼라 치료제는 이보다 훨씬 빨리 시판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임상시험 등 에볼라 치료제에 대한 신약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도 빠른 출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전문가인 김 교수는 “지난 9월 중순께 CDC에서 신약 개발 연구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유전자 복제라는 측면에서 에이즈나 에볼라나 비슷한 만큼 이를 이용한 에볼라 신약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