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저축은행이 계열 대부업체의 부실 대출을 햇살론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서민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햇살론의 대환대출을 대부업체의 불량 연체대출 갈아타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보증재단이 햇살론 대출의 최대 90%까지 보증해주는 것이 이런 편법을 낳고 있다. 지난달부터 저축은행의 이 같은 대환대출이 금지됐지만, 생계자금형 대출제도를 통한 편법 갈아타기는 여전하다고 한다. 신용보증재단이 대부업체의 부실과 도덕적 해이를 메워주는 것이다.

진작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햇살론만이 아니라, 서민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서민금융 대출상품에 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이 부채를 70%까지 탕감해주고, 햇살론은 90%까지 공공기금이 보증해주니 눈먼 돈이라는 생각에 부실대출을 떠넘기고 빚은 안 갚아도 그만이라는 모럴 해저드가 구조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체액이 급증하고 있다. 햇살론이 올 6월 말 현재 5175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행복기금에서 지원하는 바꿔드림론 4612억원, 새희망홀씨 1048억원 등이다. 장기 연체로 해당 기관과 기금이 대신 갚아주는 대위 변제율도 치솟고 있다. 햇살론은 9.4%, 바꿔드림론은 20.7%나 된다. 부채를 많이 탕감해줄수록 대출 사후관리가 소홀해진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도 나와 있다.

정부가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지원을 늘리는 금융상품일수록 모럴 해저드는 점점 심해져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 햇살론은 기금 2조원이 소진될 때까지 앞으로도 빼먹기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성실하게 부채를 갚는 서민은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상품을 연말까지 햇살론으로 통합하고, 관련기관도 합쳐 내년 상반기에 통합기관을 출범시킬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서민 부채를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부채를 해소하는 방법이 문제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더 얻으라는 것은 대책도 아니다. 금융은 복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