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뇌과학을 이용한 기가 게임을 체험해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뇌과학을 이용한 기가 게임을 체험해 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기가급 속도를 내는 인터넷 개발·출시 소식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기가 인터넷이 상용화되면 PC로 고화질 영상을 내려받는 시간이 수초대로 줄어들고, 접속자가 몰려도 스마트폰으로 3차원(3D) 게임 등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다. 차세대 인프라 투자 소식이 이어지면서 콘텐츠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삼성전자·SK텔레콤, 5G 개발 박차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와 월드IT쇼(WIS) 2014 행사장에서는 유·무선 기가인터넷 서비스 연구개발(R&D) 및 출시 소식이 속속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풀HD 영화 한 편(4GB)을 1~2초면 내려받을 수 있는 5세대(5G) 이동통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5G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기술과 신규 서비스를 함께 개발한다.

2020년께 상용화 예정인 5G는 4세대 무선통신 기술인 LTE를 잇는 차세대 기술이다. 국제적으로 5G의 정의와 구체적인 기술 규격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통상 5G망이 30Gbps 이상의 다운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 LTE의 다운로드 속도인 75Mbps보다 약 400배 빠른 속도다. 광대역 LTE-A(225Mbps)에 비해서는 130배가량 빠르다.

두 회사는 구체적으로 △국내외 표준화 단체와 기술 협의체에서 5G 비전 공유 △5G 구현이 적합한 주파수 대역 정의·선정 △차세대 소형 기지국 기술 개발 △대용량 다중 입·출력 안테나 기술 개발 △차세대 변·복조 기술 개발 등 5G 기반기술 개발 △대용량 고품질 5G,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나라마다 5G 분야 기술표준 선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국내 1위 제조·통신사업자가 손잡고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휴로 한국이 차세대 모바일 서비스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지난달 20일 5세대 이동통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지난달 20일 5세대 이동통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T·SK브로드밴드 기가인터넷 상용화

KT도 이날 WIS 행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유선 기가 인터넷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1Gbps 이상의 속도를 내는 기가 인터넷은 기존 유선 인터넷 최대속도(100Gbps)보다 10배 빠르다. KT에서 제공하는 올레 인터넷(50Gbps)과 비교하면 2분40초 걸리는 HD급 영화(2GB)를 16초면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4GB의 풀HD 영화도 3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KT는 지난 5월 미래 네트워크 전략으로 기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가토피아’를 발표한 뒤 지난달 7일에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기가 인프라를 구축, 최초의 기가토피아 성과를 선보였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이번 기가 인터넷 최초 상용화는 기가토피아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레 기가 인터넷 신청 고객은 지난달 29일 1만명을 넘어섰다. SK브로드밴드도 지난달 30일 ‘B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ITU 전권회의 부대행사인 ‘5G 글로벌 서밋’에서 ‘5G를 향한 혁신과 진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 부회장은 “5G 시대에는 통신과 연결된 기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공지능 등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프로세싱 능력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현재보다 1000배 이상의 컴퓨팅 파워와 정확한 센싱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