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스펙 울고가는 취업시장, '면접 메이크업' 매달리는 취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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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너무 짧아요. 기업 면접 날짜가 하루 3곳이 겹쳤어요. 어딜 가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25·여, 금융권 취업준비생)
"4점대 학점에 TOEIC(토익) 960점인데 서류 통과도 어렵네요, 24곳 지원해 하나 붙었어요." (27·여, 패션업계 지망생)
하반기 채용이 한창인 4일 “취업이 바늘구멍 같다”고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났다. 취업 시장에선 기업이 갑, 취업준비생은 철저한 을이다. 채용 면접을 위해 한 달 수십만 원대 스피치 학원에 등록하는가 하면 새벽 같이 강남을 찾아 ‘면접용 메이크업’을 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생 최모 씨(25·여)는 취업 면접을 대비한 스터디만 3개나 참여하고 있다. 그는 "분 단위 스케줄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는 가끔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며 "노무사 자격증을 갖고 금융 기업 인사팀에 취업하려 하는데 오히려 차별화된 분야라 취업문이 좁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공대를 졸업한 이모 씨(27·남)는 "과거 공대생은 취업이 쉽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올해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광탈(光脫)'했다"며 속상해 했다.
서울 소재 여대를 졸업한 황모 씨(27·여)도 "4점대 학점에 토익도 960점인데 1년 반째 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에 화가 난다. 취업 스터디도 2개씩 하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번번이 떨어질 때면 너무 속상하다"며 울먹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용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서울 강남 일대 웨딩 관련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오는 지원자들까지 생겼다. 오전에 면접 일정이 있으면 새벽 같이 일어나 메이크업을 받은 뒤 첫 차로 면접장에 가는 게 다반사다.
강남 일대에는 이미 취업용 메이크업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최소 5만 원부터 1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지원자는 숙박에 메이크업까지 겹쳐 취업 준비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상경계 재학 중인 양모 씨(27·남)는 공인회계사 시험(CPA) 준비를 하다가 금융권 취업으로 발을 돌렸다.
양 씨는 "기업마다 인적성검사 유형이나 준비 과정이 달라 취업 준비가 CPA 준비 못지않게 어려운 것 같다" 며 "여러 스터디에 동시에 참여하는 건 기본이고, 외모를 가꾸기 위해 눈썹 수정부터 의상까지 꼼꼼히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면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해도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오히려 걱정거리만 더 늘어나는 케이스도 있다. 채용 면접에 '탈(脫) 정장'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취업준비생 최모 씨(25·여)는 "탈정장이라 해서 옷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정장이 편하다" 며 "탈정장이라고 하면 또 거기에 맞춰 옷을 구입해야 해 옷값만 수십만 원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인턴십을 이수했다고 해서 꼭 면접에서 유리한 것도 아니다. 한 취업준비생은 "인턴을 한 업체가 아닌 해당 기업에 왜 지원했는지 묻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며 "이런 사례를 보면 인턴 경험이 반드시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면접 전형이 매년 바뀌어 아예 관련 학원 문을 두드리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취업에 대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닌 적 있는 홍모 씨(25·여)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나'란 생각도 있었는데 실제로 학원에 가보니 나 같은 수강생이 많았다" 며 "한 달에 40만~50만 하는 학원비가 부담되지만 취업만 된다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4점대 학점에 TOEIC(토익) 960점인데 서류 통과도 어렵네요, 24곳 지원해 하나 붙었어요." (27·여, 패션업계 지망생)
하반기 채용이 한창인 4일 “취업이 바늘구멍 같다”고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났다. 취업 시장에선 기업이 갑, 취업준비생은 철저한 을이다. 채용 면접을 위해 한 달 수십만 원대 스피치 학원에 등록하는가 하면 새벽 같이 강남을 찾아 ‘면접용 메이크업’을 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법학과 졸업생 최모 씨(25·여)는 취업 면접을 대비한 스터디만 3개나 참여하고 있다. 그는 "분 단위 스케줄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는 가끔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며 "노무사 자격증을 갖고 금융 기업 인사팀에 취업하려 하는데 오히려 차별화된 분야라 취업문이 좁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공대를 졸업한 이모 씨(27·남)는 "과거 공대생은 취업이 쉽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올해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광탈(光脫)'했다"며 속상해 했다.
서울 소재 여대를 졸업한 황모 씨(27·여)도 "4점대 학점에 토익도 960점인데 1년 반째 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에 화가 난다. 취업 스터디도 2개씩 하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번번이 떨어질 때면 너무 속상하다"며 울먹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용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서울 강남 일대 웨딩 관련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오는 지원자들까지 생겼다. 오전에 면접 일정이 있으면 새벽 같이 일어나 메이크업을 받은 뒤 첫 차로 면접장에 가는 게 다반사다.
강남 일대에는 이미 취업용 메이크업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최소 5만 원부터 1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지원자는 숙박에 메이크업까지 겹쳐 취업 준비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상경계 재학 중인 양모 씨(27·남)는 공인회계사 시험(CPA) 준비를 하다가 금융권 취업으로 발을 돌렸다.
양 씨는 "기업마다 인적성검사 유형이나 준비 과정이 달라 취업 준비가 CPA 준비 못지않게 어려운 것 같다" 며 "여러 스터디에 동시에 참여하는 건 기본이고, 외모를 가꾸기 위해 눈썹 수정부터 의상까지 꼼꼼히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면접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해도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오히려 걱정거리만 더 늘어나는 케이스도 있다. 채용 면접에 '탈(脫) 정장'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취업준비생 최모 씨(25·여)는 "탈정장이라 해서 옷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정장이 편하다" 며 "탈정장이라고 하면 또 거기에 맞춰 옷을 구입해야 해 옷값만 수십만 원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인턴십을 이수했다고 해서 꼭 면접에서 유리한 것도 아니다. 한 취업준비생은 "인턴을 한 업체가 아닌 해당 기업에 왜 지원했는지 묻는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며 "이런 사례를 보면 인턴 경험이 반드시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면접 전형이 매년 바뀌어 아예 관련 학원 문을 두드리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취업에 대비해 스피치 학원을 다닌 적 있는 홍모 씨(25·여)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나'란 생각도 있었는데 실제로 학원에 가보니 나 같은 수강생이 많았다" 며 "한 달에 40만~50만 하는 학원비가 부담되지만 취업만 된다면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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