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화학조미료 오해 없애라"
녹색가루 제품도 출시
이번 리뉴얼 작업은 “미원이 몸에 안 좋다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극복하라”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65)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임 명예회장은 “미원의 주성분인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단기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뉴얼의 핵심인 포장 디자인 변경은 임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 크리에이티브디렉터(상무)가 총괄했다. 종전의 내용물이 그대로 드러났던 투명 파우치를 편안한 느낌을 주는 미색(米色)을 사용한 불투명 파우치로 바꿨다. ‘미원이 마약을 연상시킨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원료인 사탕수수 이미지도 넣어 건강한 자연의 느낌을 강조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 핵가족화 등 트렌드를 반영해 50g 소포장 패키지도 새로 출시했다.
제품명은 기존의 ‘감칠맛미원’에서 ‘발효미원’으로 바꿨다.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드는 제조 공법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미원은 그동안 화학조미료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자연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명까지 변경했다”고 말했다.
주성분인 L-글루탐산나트륨과 핵산의 배합 비율을 조정해 맛도 바꿨다. 핵산은 소고기, 버섯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L-글루탐산나트륨과 함께 사용하면 감칠맛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리뉴얼 제품은 소비자 조사 결과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상의 지난해 미원 매출은 수출을 포함해 2733억원이다. 회사 전체 매출 2조8419억원의 9.6%에 불과하다. ‘MSG 유해 논란’을 겪으면서 2011년 3520억원에서 2년 새 22.3% 급감했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미원에 쏟는 관심은 다른 어떤 제품보다도 크다. 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미원 사업과 관련된 보고는 계속 받고 있다.
미원은 대상의 모태가 되는 제품이다. 임 회장의 부친인 임대홍 창업 회장은 1955년 일본에 가서 1년 동안 조미료 제조공정을 익힌 뒤 이듬해 부산에 동아화성공업을 설립, 미원 생산을 시작했다. 동아화성공업은 1962년 회사명을 ‘미원’으로 바꿨고, 1997년 미원은 다시 대상으로 바뀌었다.
대상은 연내 미원의 색을 지금의 흰색에서 다시마의 녹색으로 바꾼 신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자연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 색깔까지 바꾸는 것이다. 이 제품은 현재 개발이 완료돼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