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당장은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화학·해운주들이 혜택을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9월 말 배럴당 91달러 선에서 지난달 31일 80.54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중순 82달러가 무너진 이후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여전히 조금씩 아래쪽으로 밀리고 있다.

통상 유가 하락시 피해 업종으로 꼽히는 화학주들에 이번 유가 하락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이미 바닥권에 와 있는 데다 원재료 비용 감소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업체들이 원료로 사용하는 가스 대비 원유가격 하락폭이 더 커 아시아 나프타 업체들은 상대적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유주들은 수요 부진이 겹쳐 피해가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 해운 유틸리티 등 대표 수혜업종 중에선 해운주들의 수혜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익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사들은 매출이 유가에 연동돼 유가 하락시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경기 회복으로 물동량이 조금씩 회복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이익 증가폭은 해운업종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재 유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 내년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이어서 저유가가 주목받기 힘들지만 시차를 두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결국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저유가의 긍정적 효과가 희석될 요인이 없는 업종 및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