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오페라 ‘오텔로’의 주역을 맡은 테너 박지응 씨.
오는 6~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오페라 ‘오텔로’의 주역을 맡은 테너 박지응 씨.
‘107 vs 0’

미국의 테너 가수 클리프턴 포비스(53)와 한국의 박지응(38)이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의 주인공 ‘오텔로’역을 연기한 숫자다. ‘전설의 오텔로’란 별명까지 얻은 포비스와 박씨는 오는 6~9일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 무대(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번갈아 주역을 맡는다. 박씨의 ‘오텔로’ 주연 데뷔 무대다. 이 공연이 끝나면 둘은 숫자 2씩 더하게 된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씨는 “대가와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연출가가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텔로를 보여드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중앙대 성악과를 나와 2002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성악과를 졸업했다. 로마 아네모스 국제콩쿠르, 마리오 란자 콩쿠르 등에서 우승했다.

유럽 유네스코 주최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 후원 오페라 ‘투란도트’ 국제 콩쿠르에서 칼라프 역으로 1위를 수상했다.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 공연에서도 칼라프 역을 맡아 극찬을 받았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오페라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오텔로는 부하인 이아고의 간계에 빠져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작품은 베르디의 오페라 가운데 가사가 길고 고음도 많아 어렵기로 유명하다. 포비스는 박씨에게 “2막이 끝날 때 굉장히 힘드니 3막 때 무너지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했다.

박씨는 “오텔로는 선과 악의 경계선에 있는 독특한 인물”이라며 “사랑에 목말라 있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오텔로의 내면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텔로가 자결하는 마지막 순간 데스데모나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사랑의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오텔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