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히틀러…톡 쏘는 정치 풍자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1945년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다.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더 보태졌다. 독일 작가 티무르 베르메스가 쓴《그가 돌아왔다》(마시멜로)는 히틀러가 2011년 베를린 한복판에서 돌아와 현대인과 함께 살아가는 내용의 소설이다.

베를린 공원 구석에서 휘발유 냄새에 찌든 군복을 입은 남자가 깨어난다. 히틀러 총통이다. 사람들은 막말을 내뱉는 히틀러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한다.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신문을 본 그는 지금이 2011년이란 날짜를 보고 다시 한 번 실신한다. 겨우 정신을 차린 히틀러는 그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신문 가판대 주인의 배려로 가판대 속에서 지내게 된다. 그가 히틀러를 완전히 빼닮았다고 생각한 주인은 그를 방송 관계자에게 소개한다.

정치풍자 TV 쇼에 출연한 그는 “수천 명의 외국인이 독일의 순수 혈통을 어지럽힌다. 독일의 낙태수술은 훗날 동부전선에 투입할 4개 사단만큼의 병력 부족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성형수술은 인종적 치욕”이라는 엄청난 소리를 내뱉는다. 전에 보지 못한 특이한 인간을 본 청소년들이 방송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 유튜브 스타가 된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140만부가 팔리며 화제가 됐지만 ‘히틀러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작가는 “히틀러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손가락질받을 건 없다고 본다”며 “히틀러를 변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겠다는 것이 내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책은 히틀러를 그리고 있지만 이에 환호하는 극우주의자들, 선정적인 미디어와 이에 끌려가는 대중들의 현실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마지막에는 책 내용을 패러디한 만화 ‘히틀러의 서울 생활’이 부록으로 담겨 재미를 더한다. 베를린 대신 서울에서 깨어난 히틀러가 인터넷에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키보드 워리어’가 돼 온갖 선동적인 글을 올리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460쪽, 1만38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