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경찰로 못다한 봉사…최선 다해야죠"
“남편이 일하셨던 경찰서에서 저희와 함께 근무해 보는 건 어떨까요?”

범죄 용의차량을 쫓다 중상을 입고 14년간 투병하다 지난 9월 순직한 고(故) 신종환 경사의 부인 왕춘자 씨(51·사진)는 2주 전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오랜 기간 남편의 병간호에만 매달렸던 왕씨는 남편이 떠난 뒤 생계를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광주청의 제안은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살림만 해온 터라 단체생활의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 광주청은 이런 왕씨의 사정을 고려해 남편이 일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근무를 제안했다.

왕씨는 고심 끝에 3일부터 출근해 경무과 복지관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투병생활 기간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남편의 옛 동료들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그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직원들이 정말 많이 반겨주셨고, 내일은 환영회도 열어준다고 하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며 “좋은 기회를 주신 만큼 남편이 못다한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복지관 관리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왕씨는 신 경사를 대신해 지난 10월21일 경찰의 날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훈장을 수여하며 “남편분으로 인해 더 좋은 국가가 될 수 있었다”며 “힘들겠지만 용기를 내고 살아가 달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무원연금법의 허점 때문에 왕씨는 유족 보상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부상을 입은 뒤 3년 안에 사망한 경우에만 유족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광산서 경무과 직원들은 왕씨의 유족 보상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왕씨를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