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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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모르는 '철 없는 사람'
철부지에게는 시련과 고통 닥칠 것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철부지에게는 시련과 고통 닥칠 것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한경에세이] 철부지](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AA.9244980.1.jpg)
입동은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는, 24절기 중 하나다. 절기를 설이나 추석처럼 음력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따라 15도씩 이동하는 시점을 나타낸 것이 절기다. 즉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은 입춘(立春)부터 곡우(穀雨)까지, 여름은 입하(立夏)부터 대서(大暑)까지, 가을은 입추(立秋)부터 상강(霜降)까지, 겨울은 입동(立冬)부터 대한(大寒)까지 계절별 6개 절기가 모여 24절기를 구성한다. 예로부터 농경 사회였던 한국은 사람들이 이 절기에 따라 계절을 읽고 그에 맞춰 농사를 지어왔다.
우리가 흔히 ‘철부지’라고 하는 말의 어원도 여기에 있다. 철부지란 철(계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남들은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김을 매며, 가을에는 추수와 겨울 준비에 바쁜데 도무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철을 모르는 철부지는 농사에 실패할 것이 뻔했다.
문득 금년 한 해를 돌이켜보며 나는 혹시 철부지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은행장 취임 직후부터 산적한 현안에 매몰돼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각종 사업 추진과 독려를 위해 거래 기업체와 일선 현장을 동분서주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수확기인 11월에 접어들었다. 혹시 뿌렸어야 할 씨앗을 빠뜨리고 넘어간 건 없는지, 김매기에 소홀해 잡초가 많이 자라지는 않았는지, 적절하게 물은 잘 줬는지 고민하는 농부의 입장으로 돌아보니 마음 쓰이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래도 가을과 겨울 사이인 11월, 우리 각자가 철부지는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에 철부지 같은 사람은 없는지 한 번쯤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하다. 특히 이 시기는 마무리 수확뿐 아니라 내년 농사를 위해 전략을 구상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점이기에 더욱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 준비에 소홀한 철부지에게는 시련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하루가 다르게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지금, 철부지가 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