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행액 5분의 1로 줄어
국내 KT ENS 사태때도 등장
작년 말 기준 미국의 ABCP 발행잔액은 2258억달러. 금융위기 전인 2006년 말(1조200억달러)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직전까지 미국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기초로 ABCP를 발행하고, ABCP 투자금으로 다시 대출을 늘리는 영업을 벌였다. 금융회사들은 ABCP를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주택 구입자들이 대출 원리금을 내지 못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기초자산 부실화 조짐이 보이자 ABCP 투자자들은 만기가 오면 재투자 대신 원리금 환수를 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투자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금융회사들은 기초자산(주택)을 헐값에 팔아 막대한 손실을 봤다.
캐나다도 ABCP 부실로 상당한 ‘수업료’를 냈다. 2007년 300억달러에 달하는 ABCP 채권과 채무를 동결시킨 것.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성을 간파한 투자자들이 일시에 관련 ABCP 매입을 중단하자 정부가 긴급자금을 투입해 ABCP를 장기채권으로 전환해줬다. 투자자 중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주요 광산업체와 은행, 연기금 등이 포함돼 산업 및 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가 개입했다.
ABCP는 국내에서도 몇 차례 문제가 됐다. 2009년 부동산개발사업 대출채권(PF) 부실사태와 올초 터진 KT ENS 사기대출 때 ABCP가 등장했다. ABCP를 활용한 PF 시장의 과도한 성장은 2009년 이후 100대 건설사 중 4분의 1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내몬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지난 3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도 ABCP가 도마에 올랐다. ABCP의 기초자산인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사업 공사대금 대출채권 가치가 떨어져 원리금을 온전하게 건지기 힘들다는 게 뒤늦게 확인돼서다. 담보 설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일부 은행은 판매 과정에서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에도 ABCP 위기가 터질 뻔했다. ABCP 투자수요가 한순간 사라지면서 증권사들이 만기도래 ABCP 원리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 할 뻔한 것. 한 증권사 채권영업팀 관계자는 “당시 일부 증권사가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빠지면서 PF ABCP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행히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진정됐지만, 전체 ABCP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업계가 패닉에 빠졌었다”고 말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