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 증권사는 자본금 1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SPC)를 설립한 뒤 여기에 2000억원을 대출해줬다. SPC는 이날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거액’이란 이유로 일반 예금(연 2.0%)보다 높은 연 2.3%의 우대금리를 받았다. 증권사는 SPC가 가입한 정기예금을 기초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SPC는 각 증권사가 운영하는 특정금전신탁에 ABCP를 팔고, 그 돈으로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갚았다.

SPC는 이 과정에서 각종 비용과 수수료로 발행금액의 0.12%만큼을 떼어냈다. ABCP 수익률은 연 2.18%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국고채(연 2.1%)나 일반 정기예금(연 2.0%)을 웃돈 덕분에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이 ABCP가 다른 회사채 등과 함께 편입된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는 형식으로 투자했다. 이들이 받는 ABCP 수익률은 대략 연 2.15%다. 특정금전신탁 운용보수 등이 빠지기 때문이다.

신탁 가입기간은 1~6개월로 기초 자산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 1년 만기 2000억원짜리 단일예금이 사실상 수많은 사람이 투자하는 단기증권상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위안화예금 ABCP도 비슷한 구조다. 환헤지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만 다르다. 원화로 받은 ABCP 투자금으로 위안화 예금에 들어야 하고, 반대로 1년 뒤 예금을 찾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때는 위안화를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행의 거액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5%. 여기에서 환헤지 비용(발행금액의 1.4%)과 증권사 수수료 등을 뺀 연 2.45% 안팎이 위안화 정기예금 ABCP의 수익률이 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