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자체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실시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휴전 협정 파기를 경고하면서 체결 2개월 만에 협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이비 선거는 9월에 맺은 휴전 협정의 중대한 위반"이라면서 휴전 협정 핵심 요소 파기 등 협정의 재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와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또 반군이 장악 중인 동부 지역에 부여했던 특수지위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를 허용하는 특수지위법에 서명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반군은 지난 9월 5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표들이 동참한 가운데 회담을 열고 교전 중단, 동부 지역의 특수지위 허용, 우크라이나 법률에 따른 동부 지역 자체 선거 실시 등의 내용을 포함한 휴전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선거를 비난하면서 선거를 인정한 러시아에 민스크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불법적인 '선거'를 실시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미한 대변인은 또 "러시아 외무부가 성명을 통해 이 엉터리 '선거'를 정당화하려 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러시아가 계속 민스크 협정 의무를 무시하면 대러 추가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추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비가우다스 우샤츠카스 러시아 주재 EU 대사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 따라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우크라이나 동부 선거를 비판하는 성명 발표를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유리 세르게예프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안보리가 지난달 31일과 1∼2일 성명 작성을 논의했고 초안을 만들었지만 러시아가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반면 선거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해온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반군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정부 수장에 당선된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는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평화를 원치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분명히 표리부동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휴전 협정 이행상황을 감시하는 OSCE 사찰단은 선거 당일 반군 점령 지역에서 감시 활동을 펼치던 무인기에 대공포가 발사됐지만 무인기가 무사히 착륙했다고 밝혔다.

OSCE는 선거 당일 도네츠크주의 마리우폴 상공을 비행하던 무인기에 대공포가 여러 발 발사됐다면서 발사 위치로 볼 때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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