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노르웨이의 지혜
최근 노르웨이에는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어온 스웨덴인들이 북적거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직장을 가진 젊은이들만 9만명을 넘어섰다. 노르웨이인들보다 임금이 적지만 그래도 스웨덴에서 받는 임금의 두 배다. 노르웨이로서도 손해볼 것은 없다. 일손이 부족한 저임금 일자리를 이들이 메워주고 있어서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온 약소국 노르웨이다. 100년동안 스웨덴의 식민지이기도 했다. 국가 간 앙금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1905년 독립 이후 한 세기만에 벌어지고 있는 역전이다.

최대 부국 만든 동인은 人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노르웨이다. 6년 연속 세계 1위로 꼽혔다는 조사도 있다. 인구 500만명의 이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달러를 넘는다. 카타르나 룩셈부르크 등 다른 10만달러 초과 국가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석유가 발견되기 전인 1970년에는 스웨덴 총 경제 규모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웨덴보다 훨씬 앞선다. 흔히들 북해 유전 덕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위대함은 ‘자원의 저주’에 빠져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이란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모든 자원국들이 경험했던 코스였다. 최근에는 러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가 여기에 빠져 고통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는 네덜란드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1959년 대규모 가스 유전을 발굴한 네덜란드는 자원 수출의 급격한 증가로 외화가 유입되면서 화폐가치가 급등했다. 제조업 가격경쟁력은 약화되고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 번 뒤처진 제조업 기반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돌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북해 유전을 함께 채굴하면서 네덜란드 사정에 정통했던 노르웨이는 석유로 거둬들인 돈을 연기금 형태인 국부펀드를 만들어 따로 관리했다. 이 펀드는 국가 재정 예산과는 독자적으로 운용된다. 대신 재정은 국민과 기업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토록 했다. 전통적인 수산업과 임업 선박업 등 핵심 역량을 밀고 나갔다. 스웨덴식 ‘복지의 저주’에도 빠지지 않았다. 국민 대부분이 세금납세자이며 대학 등록금도 완전 공짜가 아니다. 물론 전면 무상급식도 하지 않는다.

여성 軍복무 의무화하는 나라

네덜란드병을 치유해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와 방향성이 있었다. 잘 짜여진 사회시스템도 한몫했다. 이렇게 해서 1인당 국민소득 10만달러가 만들어졌다. 인적자원의 승리며 축복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여성들도 군생활을 해야 한다며 1년간 군복무를 의무화한 나라다. 군 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인적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표가 존재한다. 정작 노르웨이의 대학 진학률은 28% 남짓이다. 대학도 많지 않을 뿐더러 임업이나 수산업 등 필요한 학문 위주로 짜여져 있다.

순수한 인적자원으로 성장한 대표적 국가가 한국이다. 대학 진학률 80%를 자랑하며 인재가 많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과잉 진학의 부작용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당장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일어난다. 근로자의 평균 연령도 44세다. 미국보다 많다. 고용 유연성을 개선해야 된다는 소리만 많았지 좋아졌다는 얘기는 없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장벽도 만만찮다. 두뇌 유출 역시 심각하다. 인적자원의 배분과 활용에 대한 깊은 성찰과 논의가 필요한 때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