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한 고작 60일…'깜빡'하고 날린 모바일 상품권 195억
직장인 김성민 씨(30)는 지난 5월 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기프티콘(주말용 2인세트)’을 받았다. 직장 동료가 생일을 맞아 보내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매장을 찾아 식사를 마친 뒤 기프티콘으로 계산을 하려던 김씨는 깜짝 놀랐다. 유효기간(60일)이 지나 쓸 수가 없게 돼서다.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식당 직원의 설명을 듣고 고객센터로 문의해 봤지만, 이미 연장 가능한 기한도 지나 있었다.

◆기본 사용기간 불과 6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4일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이동통신 3사 모바일 상품권 미환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김씨처럼 모바일 상품권을 받아 사용하지 못하고 되돌려 받지도 못한 금액이 올 상반기에만 42억368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SK플래닛이 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KT엠하우스가 7억3000만원, LG유플러스는 680만원이었다. 모바일 상품권 주요 사업자인 이들 3개사가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판매한 모바일 상품권 중 미환급액은 195억358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 3693억8000만원의 5.2%에 해당한다. 돌려주지 않은 돈은 모두 회사가 낙전수입으로 챙겼다.

미래부에 따르면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는 서비스가 시작된 2008년 32억원에서, 지난해 1413억원으로 5년 새 44배 증가했다. 이에 비례해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미환급액도 많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SK플래닛의 모바일 상품권 미환급률은 5.4%이며 LG유플러스는 13.5%나 됐다.

사용하지 못하는 모바일 상품권이 많은 이유는 기본 사용기간이 60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종이 형태의 일반 상품권 유효기간이 대체로 5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다. 제값을 지급하고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맹점에서는 △자체 할인행사 적용 제외 △포인트 적립 불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등의 제약을 두는 경우도 많다.

황 의원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사용기간을 합리적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모바일을 통해 직접 쿠폰 유효기간 연장과 환급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고, 환급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권고에도 ‘배짱 영업’ 여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모바일 상품권 미환급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기존 60일로 제한돼 있던 사용기간을 ‘물품형 상품권’은 최대 4개월(기본 60일+연장 60일)까지, ‘금액형 상품권’은 최대 6개월(기본 90일+연장 90일)까지 늘리도록 권고했다.

미래부는 지난 2월 연장 기한을 재조정해 물품형은 6개월, 금액형은 9개월까지 사용기간을 연장하도록 했다. 신분증과 통장 사본 등을 팩스로 요구하던 까다로운 환급절차도 휴대폰 인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공정위 권고나 미래부 개선안을 준수하지 않은 채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 권고나 개선안을 따르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장치가 없어서다.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은 임의로 모바일 상품권 사용기한을 설정해 팔고 있다. 금액형 상품권의 경우 잔액을 아예 반환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공정위는 최근 들어서야 모바일 상품권 표준약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환급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감독 권한이 전혀 없다”며 “업체의 자율 규제에 맡긴 상황이라 사용기간 일괄 연장 등 제도 정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