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장잠재력의 토대 '長壽기업'을 키우자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다.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구하려 한 진시황이나 천년장수의 삶을 누렸다는 성경 속 무드셀라의 이야기는 이런 꿈의 반영이기도 하다. 오늘날 국가의 평균 수명은 그 나라의 문명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고 있으며, 장수를 누리는 집안은 번영을 누린다.

장수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는 수백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심지어 일본에는 578년에 창업해 1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목조건축 기업 곤고구미와 같은 장수기업이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산업화 역사가 100년이 되지 않는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30년 이상된 법인은 1만1268개로 전체 기업 중 6.6%에 불과하다. 그러나 2011년 매출 100대 기업 중 55%, 500대 기업 중 46%가 장수기업이었을 정도로 매출이 많은 기업 중 장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나라 태종의 태평성세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보면 ‘이창업(易創業) 난수성(難守成)’이란 말이 나온다. 이는 ‘창업보다 어려운 것이 수성’이라는 말로 업을 창조해 지속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창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다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는 기업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이 26.9%에 불과하고, 기업의 평균 수명 역시 12년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이를 실증한다. 100년 넘는 장수기업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이 부럽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기업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종업원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혁신리더를 창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투명한 회계, 수익공개, 안정적 재원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 의사결정의 투명성, 지역사회 공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고 있다.

국내에서 3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은 연구개발비 투입 비중, 1인당 평균부가가치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며,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20년 이상 업력을 가진 3만1000개 기업이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장수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명문장수기업’의 개념을 정립하는 한편 사회·경제적 공헌도가 검증된 명문장수기업에 대해 사전증여 특혜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가업승계를 원하는 2세 경영인을 주체로 한 ‘차세대 CEO 클럽’ 결성을 지원하고 가업승계지식, 리더십 교육 등 ‘차세대 CEO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가업승계기업용 진단 모듈 개발,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컨설팅 등을 제공해 기업의 안정적인 계승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직간접적인 지원 노력은 중소·중견기업의 후계자들이 안정적으로 가업을 이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장수기업은 기업만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닌, 그만한 토양을 갖춘 국가에서 나타나는 열매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조화를 이룰 때 유럽과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100년 이상 된 튼튼한 ‘명문장수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성장 잠재력의 잣대, 장수기업을 키우자.

박철규 <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