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120곳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이 금융권에서 50억~500억원을 빌린 중소기업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500~1600곳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C등급(워크아웃)이나 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된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지난해 112곳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121곳)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상시로 이뤄지는 구조조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예년의 중소기업 지금난과는 사뭇 다르다. 전기전자는 물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들이 일본의 엔저 폭탄, 중국의 저가 공세 등에 밀리면서 그 여파가 중소기업에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대기업 납품업체인 현실에서 대기업 경쟁력 약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장 공장가동률부터 뚝 떨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올해 3분기 중소 제조업체의 공장가동률은 월평균 70.5%에 그쳤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장 둔화가 부품업체들의 가동률을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등의 실적 악화로 조선 부품업체도 상황이 비슷하다. 가동률이 40%에 불과하다. 일부 조선 협력업체는 아예 부도로 내몰리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휴대폰, 조선 등에서 시작된 공포가 다른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잘나가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지금의 글로벌 경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별개일 수도 없다. 그동안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반(反)대기업 정서를 부추기던 세력들, 성과가 조금 났다고 경제민주화니 동반성장이니 떠들며 대기업·중소기업 대립구도를 조장하던 세력들이 지금 이 현실을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대기업, 중소기업이 동반 몰락으로 내몰리면 산업생태계 자체가 통째로 무너질 수도 있다. 정부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업들의 이런 위기감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