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판매 뒷걸음…일본차는 약진…엔低로 자신감 찾은 일본車, 미국시장 공략 가속
엔저 호기를 활용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 업체들이 10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반면 이들과 경쟁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보다 하락했다. 엔저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 차 메이커들이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10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7.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7.7%보다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14.0%에서 14.1%로, 닛산은 7.5%에서 8.0%로 각각 상승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9만4775대로 지난해 10월(9만3309대)보다 1.6% 늘었지만 시장 전체 판매 증가율(6.1%)을 감안하면 뒷걸음질쳤다. 기아차는 12.4% 늘었지만 현대차 판매량이 6.5% 줄었다. 메이저 차 메이커 중 판매량이 감소한 곳은 포드(-1.8%)와 현대차뿐이다.

도요타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와 대형 SUV 하이랜더 판매호조에 힘입어 10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났다. 빌 페이 도요타 부사장은 “10월 판매실적은 10년 만에 최고치”라며 “경제 성장과 휘발유 가격 하락이 SUV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출시된 중형 세단 캠리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의 신차효과도 컸다.

닛산도 중형 SUV 로그, 소형차 센트라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13.3% 늘었다. 업계에선 일본 업체들이 지금까지 정부의 엔저 정책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만큼 앞으로는 인센티브 증가와 신차 가격 인하 등의 가격 정책으로 경쟁 업체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지금까지 일본 업체들은 신차를 대거 출시하면서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업계 평균 이하(2629달러)인 1900~2500달러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며 “신차 효과가 사라지는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도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현재 현대차는 신차 출시와 함께 차량 가격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업계 최저 수준(1547달러)으로 주는 등 제값 받기 정책을 지켜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의 마케팅 강화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유지도 중요하다”며 “현재 시장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만큼 무리하게 가격 인하로 맞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이날 미국 내 연비과장 논란과 관련해 1억달러(약 1073억6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