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구글 회장 "아시아가 '모바일 온리' 시대 주도"
“이제는 모바일만 사용하는(mobile only) 시대가 온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사진)은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모바일 퍼스트 월드’ 행사에서 실시간 화상통화를 연결해 “모든 기능이 모바일에 들어가고 모든 엔진이 모바일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PC와 노트북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왔고, 앞으로는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로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다.

그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의 수십억 인구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만나고 있다”며 “아시아가 앞으로 모바일 시대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태블릿 판매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슈밋 회장은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고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태블릿을 갖고 다닐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모바일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 혁명이 앞으로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서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고, 스마트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크리스 예가 구글 아·태지역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지금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는 곳은 서양이 아닌 동양”이라며 “유럽과 미국 회사들은 이제 ‘모바일 퍼스트’ 이후 ‘모바일 온리’에 대해 논의하지만 아시아에선 벌써 눈앞에서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데스크톱·노트북 없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쓰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모바일에선 아시아가 가장 앞선 미래 세계라는 얘기다.

예가 부사장은 “몇 년 전 한국에서 5인치가 넘는 대화면의 패블릿이 인기를 끌 때 서양 사람들은 지나치게 크다고 비웃었다”며 “하지만 지난 1년간 세계 패블릿 판매량은 네 배 넘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선 10년 전에 ‘혼자 사진찍기’란 말이 유행했고 아시아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휴대폰에 전면 카메라를 적용했다”며 “반면 서양에서 ‘셀피’라는 말이 유행한 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셀카봉 역시 아시아가 모바일 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지적이다.

슈밋 회장은 모바일 기기의 미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5년 뒤 모바일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숙면을 취한 뒤의 가장 적절한 때에 잠에서 깨워 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벽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며 “벽에 ‘지금 일어나야 하나’라고 물으면 ‘17분 더 잘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매우 ‘스마트한’ 개인 비서를 하나씩 가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가장 놀라운 혁신은 의학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패치를 몸에 붙이거나 알약을 먹으면 인체 내에서 와이파이 신호가 생성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고 소개했다.

타이베이=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