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저절로 가는 車 R&D 강화…100년 내다본 '비즈니스센터' 가속페달

위기를 기회로…기업이 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0월1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 ITS시험로에서 대학(원)생 대상의 국내 최대 자동차 공모전인 ‘제12회 미래자동차 기술공모전-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 본선대회를 개최했다.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도, 나락에 빠질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수 부진과 엔저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등의 어려움을 보다 큰 도약을 위한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신차로 해외 업체들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앞선 기술개발로 선두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R&D) 인력과 관련 투자예산을 매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쏘나타·K5 하이브리드를 나란히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카 시대를 열었다. 쏘나타·K5 하이브리드에는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지난해 12월엔 16.0㎞/L의 1등급 고연비를 달성한 준대형차 그랜저와 K7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각각 출시하며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외연 확대에 나섰다.

올해 연말에는 신형 쏘나타 기반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는 한편 2015년에는 중형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초로 내놓으며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선두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개발된 ‘블루온’을 공개한 데 이어 2011년 국내 최초의 양산형 고속 전기차인 레이 전기차를 선보였다. 지난 3월에는 두 번째 양산형 전기차인 쏘울 EV도 공개했다. 쏘울 EV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148㎞로 국내 보급차종 중 가장 길다. 또 경쟁력 있는 가격과 가장 긴 보증기간, 충전의 용이성 등으로 최고의 상품성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쏘울 EV는 올해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 아래 판매되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하반기 유럽과 미국에 연이어 출시함으로써 국내 전기차의 수출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계획이다. 2016년엔 준중형급 전기차를 출시해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지난해 2월부터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고속도 160㎞/h, 정지상태에서 100㎞/h에 도달하는 시간은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줄 수 있는 가속 및 동력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15㎞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주요 부품을 국내 200여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 95% 이상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유럽에 이미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를 시작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광주 15대를 시작으로 서울 울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 등에 총 40대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2025년까지 총 1만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를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9월26일 한전과 서울 삼성동 부지 인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첫 단추를 끼웠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입찰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한전 부지 인수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였다”면서 “차질없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