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덫에 빠진 현대차가 주가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인수합병(M&A)과 주주친화적 재무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술기반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갖는 의문이 여전한데다 한전 부지 인수와 실적 부진에 따른 실망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배당 확대 등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 엔저 공습 재개로 시총 2위 자리 내줘

'엔저' 덫에 빠진 현대차를 위한 삼성의 고언(苦言)
5일 삼성증권은 '엔저 트랩에 빠진 현대차를 위한 고언'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가 한국증시에서 역할과 위상을 되찾아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용구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성 약화와 3분기 실적 부진, 한전 부지 고가 인수 논란과 함께 엔저 우려까지 가세하며 현대차는 시가총액 3위 자리로 내려앉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전격 발표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4엔 수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 화살은 현대차를 직접 겨냥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5000원(3.13%) 내린 1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2011년 3월29일 포스코를 끌어내리고 시총 2위에 오른 지 3년7개월 만에 이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고 말았다.

김 연구원은 "통상 엔화 약세의 파고는 한국 자동차·부품 섹터의 주가 부진으로 집중되기 마련"이라며 "펀더멘탈(기초여건)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엔저 변수에 기인한 주가 부침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대차가 이같은 주가 부진을 타개하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근본 경쟁력 제고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궁극적 해법으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M&A를 꼽았다.

'김밥천국'에서 고가 한우 꽃등심을 찾지 않는 이치와 같이 현재 현대차의 브랜드 포지셔닝과 제품 라인업으로는 고가·고성능 차량 수요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매물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경우 애스턴마틴과 로터스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양사의 시장추산 합산 인수가액은 2조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 간 연합전선 구축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임러 벤츠-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등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의 공조체제 구축이 현대차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분석.

◆ 글로벌 브랜드 M&A와 배당 확대 필요

주주친화 정책으로의 방향 선회도 중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다. 글로벌 경쟁사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배당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배당 개선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중간배당 도입과 배당 확대를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태도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과의 소통과 화해를 위해선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는 속도와 규모의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현대차의 9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37.2%를 기록하며 지난 4월 44.6% 형성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수입차 공세가 확대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원은 "한번 수입차로 떠나간 소비자가 국산차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수출품 대비 내수용 자동차의 품질논란과 연비 및 주행성능에 대한 지적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39분 현재 현대차 주가는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악재로 주가가 급락해 주가순자산비율(PBR) 0.6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