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엔저 공습' 경보가 울렸다.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6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엔저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엔저 여파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내수주와 꾸준히 상승 중인 배당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엔저 여파로 최근 이틀 만에 1.5% 가량 추락했다. 이번 주 196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이틀 만에 1930선까지 말려났다. 엔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수출주들의 4분기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지난 달 31일 일본은행(BOJ)가 추가 양적완화책을 발표한 이후 엔화가치는 미끄럼틀을 탔다. 엔·달러 환율은 113엔대까지 치솟았고, 원·엔 환율은 6년 만에 처음으로 950원 아래로 떨어졌다.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불길은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수출주에서 소재주로 옮겨붙었다. 실제 코스닥지수는 전날까지 이틀 연속 급락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엔화 약세로 운수장비 업종의 뒤를 이어 철강 화학 정유 등 소재주와 중소형주, 코스닥 시장으로 주가 하락의 범위가 확산됐다"며 "엔화 약세가 국제 상품가격 하락으로 옮겨가는 악순환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경우 엔저 심화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업종 및 종목별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엔저 국면에서는 내수주가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이번에도 일본과 경합도가 큰 자동차 업종을 비롯해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이 동반 급락했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주는 환율 변수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다"며 "당분간 엔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등 수출주보다는 통신 유틸리티 음식료 증권 등 내수주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는 경제지표 발표나 주요 가격지표들의 안정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상품가격 하락과 엔화 약세의 부담이 덜한 내수주와 IT 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매매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당주도 엔저 여파를 피할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저성장 및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 배당 규모가 증가하거나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 위주로 대응하는 전략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