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르고 나오는 고사장을 나서는 취업준비생들. <한경DB>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르고 나오는 고사장을 나서는 취업준비생들. <한경DB>
[ 김민성 기자 ] 삼성그룹이 20년 만에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1차 서류전형 성격의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해 통과자에게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그간 서류제출 과정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전원 SSAT 단계로 직행하던 채용 관문에 허들 하나가 더 늘어났다.

최종 채용 단계인 임원면접 전에 창의성 면접도 추가됐다. 기존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신입사원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 최대 5단계 과정을 통과한 신입사원만 채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초 대학총장 추천제를 골자로 한 채용제도 개편을 시도했다가 전면 유보했던 삼성그룹이 다시 채용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면서 '직무 적합성' 부문에 점수 비중을 가장 크게 매긴 셈이다.

적용 시기는 1년 뒤 인 내년 하반기 대졸 공채로 미뤘다. 채용제도 개편에 따른 지원자 혼선 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실상 서류전형 성격의 직무적합성 평가가 추가 도입됐기 때문에 SSAT 대비 위주로 삼성 입사를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도 준비 방식을 바꿔야 유리하다.

일단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시험 위주의 획일적 채용 방식을 직군별로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3급(대졸) 신입사원 제도를 개편한다는 게 삼성그룹의 공식 입장이다.

1995년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 이후 20년 만에 채용제도를 손 본 배경은 스펙이 아닌 실무 능력 중심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조치다. 직군별로 직무 역량을 평가 방식을 차별화해 실무 현장 맞춤형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것.

이준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영업직은 리더십과 팀업, 사교성 등 적합성을 갖출 경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며 "직무 에세이는 글 쓰는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직무에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이런 신입사원 뽑는다 … 바뀐 채용제도 통과하려면
현장 직무와 무관한 출신 학교 및 해외연수 경력 등 보여주기식 스펙 쌓기는 배제하고, 채용 직무 적합성을 최우선으로 따지겠다는 뜻이다.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만 평가하지 출신대학 등은 채용에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기술, 소프트웨어직군은 전공능력 위주로 평가한다. 전공을 충실히 이수한 지원자를 선발한다. 영업, 경영지원직군은 직무적성 위주로 평가해 평소 하고싶은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성실히 준비한 지원자를 선발할 방침이다.

직무적합성 평가 핵심은 '직무 에세이'를 최대한 실무 능력 설명 중심으로 작성했냐는 것이다. 학창시절 지원하는 실무에 얼마만큼 실무적인 준비를 해왔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준비 과정, 열정 등을 중심으로 설명해야한다.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방식으로 진행하는 '창의성 면접'에서도 직무 에세이 기반 질문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지원자가 실무 능력 향상 과정에서 어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왜 가지게 됐는지 논리적인 전개로 설명해야 임원면접 최종 관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연구개발직은 직무에세이를 쓰지 않는다. 또 SSAT 대신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봐야 한다. 코딩과 알고리즘 개발 능력 등 프로그래밍 실력이 우수한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은 지방대학 35%, 저소득층 5%로 할당한 열린 채용제는 종전 그대로 유지한다. 채용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채용과정 전반에 걸쳐 학력, 성별 등의 불합리한 차별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고 실력으로 평가한다는 열린 채용 기조는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직무적합성 평가는 일반적인 의미의 서류전형으로 볼 수 없다" 며 "기존 스펙적 요소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 완전 탈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