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제품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평범한 주부가 생활 속 불편을 활용해 미국 월마트까지 제품을 수출하는 회사의 사장이 됐습니다.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한 발짝씩 걸어온 결과입니다."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사진:제이엠그린 홈페이지)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사진:제이엠그린 홈페이지)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는 5일 개최된 제 5회 여성친화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세미나에서 생활 속의 불편이 발명과 성공의 키워드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부지원사업을 활용해 아이디어 냉동계량용기 '알알이쏙'으로 제이엠그린을 창업했다. 매일 아침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면서 비닐에 넣어 납작하게 얼린 마늘양념을 소분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알알이쏙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세상 모든 주부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며 "우선 냉동 양념 절단기를 만들었는데 제품 상용화에 자금이 필요해 기능을 담은 용기로 방향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누르면 얼린 내용물이 밀려나오는 현재의 용기 모양은 일명 '쭈쭈바'로 불리는 튜브형 아이스크림에서 따왔다. 어느 더운 여름날 자녀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누르면 얼음이 올라오는 구조를 보고 무릎을 친 것.

이 대표는 단순히 담는 용기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느끼던 불편을 제품에 반영했다. 한 칸당 용량을 정해 계량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용량을 조절했고, 찾기 쉽도록 색상별로 만들었다. 냉동실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재 기능도 넣었다.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제품 개발은 도마 밑에 흐르는 김칫국물을 보고 만든 '더블세이브 도마'로 이어졌다. 도마에 홈을 만들어 김칫국물 혹은 다양한 재료를 담을 수 있도록 구획을 나눈 것이다.

제품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이 대표는 현재 지식재산권 45건을 보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상, 중소기업청장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제 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미국 월마트에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성공신화를 쌓기까지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이 대표가 사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가방 하청업체를 운영하던 남편의 회사가 어려워졌기 때문. 고객사가 가격이 싼 중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거래처를 옮겼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덮친 결과였다. 이후 이 대표는 가장으로 나서 인쇄회로기판(PCB) 공장을 다녔지만 시력저하로 일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있었지만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며 "주부 시절 불편한 점이 개선된 제품이 매달 나오던 점에 착안해 제품 개발에 나서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사업 초기 실리콘 통풍패드, 초음파 조류퇴치기 등을 개발했으나 상품화 과정에서 자본금이 필요해 실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창업 때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할 것을 적극 추천했다. 지역지식재산센터, 기술보증기금 등의 문을 두드리면 특허출원, 완제품 제작 등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달동네부터 시작했지만 꾸준히 공부해 한 단계씩 실행해가니 청와대까지 방문하게 됐다"며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날 서울 동작여성인력개발센터는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제 5회 여성친화기업 CEO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주최했고, 서울동작여성인력개발센터가 주관했다. 여성친화 기업문화 사례를 접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글로벌 기업의 여성 고용 실태를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