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전반에 비관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미국은 돈줄을 조이고 일본은 마구 풀면서 환율은 널을 뛴다. 간판 대기업들조차 실적 쇼크여서 산업생태계 붕괴를 걱정할 지경이다. 중국에 쫓기면서도 중국 경기둔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이다. 반짝 증시와 부동산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내수부진 속에 자영업 몰락, 청년 실업, 노후 불안의 공포도 팽배하다. 의욕적으로 경제살리기에 나선 최경환 경제팀도 기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나라경제의 나쁜 소식만 찾자고 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면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3%대에 그쳐 5년 연속 2~3%대를 맴돌게 된다. 저성장 저금리 저투자 저물가라는 ‘신4저’의 고착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경제가 언제 비관적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과도한 비관론에 젖어 스스로 무기력증에 빠지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한경 사설이 왜 갑자기 긍정론을 펴는지 의아해할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우리도 다시 비관적 논평을 낼지도 모른다. 안팎을 둘러봐도 악재 투성이이고 앞이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한탄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긍정적 신호들도 적지 않다. 비관론에 파묻혀 회생의 실마리를 놓칠 수도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우선 원유와 원자재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값은 L당 1700원대로 내려갔다. 수출기업은 환율 손해를 이쪽에서 메울 수도 있다. 더구나 원고(高)·엔저(低) 와중에도 올해 무역액은 이달 25일께 1조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작년보다 12일 앞선 속도다. 엔화도 아직 쇼크 수준은 아니다. 엔·달러 환율이 114엔까지 치솟아 엔저 쇼크라지만 2002년 134엔대까지 간 적도 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0원대로 떨어져 아우성이지만 2007년엔 700~800원대를 맴돌기도 했다. 그래도 수출이 늘었고 경제는 버텼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한국 수출에 치명적이라는 우려도 마찬가지다. 한국 수출은 지역별·품목별 포트폴리오가 그 어떤 나라보다 완벽하게 분산돼 있다. 중국 수출이 줄면 미국과 개도국에서 늘리고, 스마트폰이 부진하면 반도체가 메울 수 있는 구조다. 세계 230여개국에 한국 상품이 나간다. 어느 한 나라의 사정으로 금방 무너질 한국 수출이 아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종말론을 주장할 수는 없지 않나.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언론과 지식인들은 끊임없이 비관론을 확대재생산한다. 현재를 비판하고 과거가 좋았으며,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언제 미래를 제대로 예견한 적이 있었나. 심지어 영국 산업혁명 때도 경제 비관론이 팽배했을 정도다. 애덤 스미스도 나쁜 뉴스 증후군을 언급할 정도였다.

물론 정치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거대한 장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입법권력도 모자라 또 다른 권력을 탐하는 정치로는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러나 비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비관할 시간도 없다. 그런 4류 정치부터 개혁하고, 규제 적폐를 일소해 기업이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할 때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고 했듯이 우리에겐 아직 지구 곳곳을 누비는 기업인들과 열심히 일하려는 국민이 있다. 한국인은 어려울 때 항상 상상한 것 그 이상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앞이 캄캄할수록 더한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