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의 증가액이 작년 한 해 동안의 증가액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은행들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긍정론이 있다. 반면 중기 대출을 남발함으로써 회생 불가능한 ‘좀비 기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기 대출 증가세, 성장률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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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은행의 지난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33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말보다 약 18조원 늘었다. 2013년 한 해 동안의 증가액(16조원)보다 2조원이나 많다.

전문가들은 중기 대출 증가 속도가 정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보통 ‘국내총생산(GDP) 증가율+α’를 중기 대출의 적정 증가 수준으로 삼는다. 10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전년 말 대비 중기 대출 증가율은 6%가량이다. 연말까지 7%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인 3.5%의 두 배다.

한 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저금리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추세”라며 “정부의 보신주의 타파와 창조금융 및 기술금융 드라이브도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금융 및 창조금융으로 나간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된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연 2.0%로 내림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이 낮아진 것도 중기 대출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기 대출 연체율도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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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추세에 대해 금융권에선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시장에서 퇴출해야 할 기업도 연명하게 한다’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이들 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이 같은 과다 대출 우려도 사라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리하게 늘린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기 대출 연체율은 2011년 말 1.11%에서 2013년 말 0.88%로 하락했다가 지난 9월 말엔 1.14%로 다시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신규 연체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새로 발생한 중소기업의 연체액은 1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월(8000억원)보다 3000억원 많았다.

다른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늘리기로 인해 부실기업의 수명만 연장되고 은행 부실자산은 많아질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심사능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 우려 기업을 잘 골라내야만 장래가 유망한 기업에 돈이 흘러가는 기술금융이나 창조금융을 할 기회도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